매직쇼(Magic Show)는 세계적 패션행사다. 보통 2월과 8월에 열리는데 50개국에서 10만 명 이상이 쇼에 참가한다. 그 시작은 미서부지역 패션을 주도했던 자바(Jobber)시장 관계자들의 파이팅이었고, 당연히 LA에서 개막됐다. 매직쇼는 회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는데 이 때문에 LA는 행사 전후로 발생하는 교통혼잡, 사고, 쓰레기 문제로 전전긍긍했다. 라스베가스는 이 틈을 파고들어 주최 측에게 전시장 제공을 포함한 각종 편의시설 및 프로그램을 약속하며 행사장을 캘리포니아주에서 네바다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이후 매직쇼의 주가는 치솟았고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는 문화컨텐츠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매김됐다.
세계 4대 컬렉션은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에서 순연된다. 각국에서 열렸던 행사가 4대 컬렉션으로 묶여 지구촌 패션인의 잔치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후원 때문이었다. 벤츠는 '고급=아름다움=패션'이라는 등식을 설정했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여기에는 행사 진행기관인 IMG가 모델에이전시로서의 사업 영역을 보다 높은 가치의 서비스 산업으로 변모시키려는 노력이 숨어 있다.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과 동등한 관계의 비지니스 파트너로 존재할 때 산업 전체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시장이 커져야 모델의 역할과 가치도 커진다는 계산이었다. 덕분에 모델, 디자이너, 후원기업 등은 각자의 역할을 고유하게 인정했고, 4대 컬렉션은 인류의 종말까지 함께 할 문화 중 하나로 완성됐다.
한국에는 왜 세계적 문화행사가 없을까. 그 싹은 틔워져 있을까. 포탈 사이트에서 연간 펼쳐지는 문화행사를 검색해 보면 셀 수 없이 많다. 안타까운 것은 같은 주제의 행사가 여기 저기서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지자체와 유관기관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마저 엿보인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은 이미 거대해졌다. 편나누기가 눈에 보이는 행사는 후원하기에 너무 초라하다. 자연스레 외국 행사를 후원한다. 스포츠 부문도 마찬가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쿠앤틴 타란티노 감독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주최 측이 그토록 애를 써도 오지 않았던 그가 봉준호 감독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 반가운 일이지만 씁쓸하다. 지난 일요일 저녁 부산패션위크 개막 전야제에서는 가슴 한 켠이 아렸다. 한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가 아니라 행사 자체가 주인공인 자리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