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마르티즈 두 마리를 입양한 주부 신정연(57)씨. 세 자녀를 모두 결혼시킨 신씨에게 강아지는 '애완동물'을 넘어 가족 구성원이 된지 오래다. 이런 신씨가 애완견을 위해 쓰는 돈은 한 달에 50만~70만원. 신씨는 "강아지가 유일한 가족이라 생각하니 돈이 아깝지 않더라"며 "평소 유기농 사료만 먹이고 명품 옷도 자주 사입힌다"고 말했다.
신씨처럼 애완견이나 애완묘를 기르는 국내 인구는 다섯 집 중 하나. 동물 수만도 550만 마리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이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시장은 1조8000억원 규모로 2020년에는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관련 산업은 보다 '고급화'되고 있는 추세다.
◆명품 옷·유기농 사료만 고집… 돈 아끼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남다른 '애견 사랑'을 과시하는 소비자들 덕분에 애견용품 시장에는 때아닌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300만원을 훌쩍 넘는 도그 캐리어부터 50만~100만원짜리 목줄까지 루이비통 등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한정판으로 선보인 제품은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인기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패션업체들도 애견용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패션 헤지스 액세서리는 최근 애견 브랜드 '헤지 도기'를 론칭했다. 강남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중인데, 가격대는 벨트가 2만~3만원, 의류가 4만~5만원, 개집이 8만원 선이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의 건강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일반 사료보다 2배 이상 비싼 프리미엄 간식과 유기농 사료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마켓 옥션의 반려동물 카테고리 매출 1위 제품은 '애완동물용 간식'. 이 중 맛과 건강까지 고려한 '수제 간식'은 지난해보다 70% 이상 많이 팔렸다.
이런 경향에 맞춰 풀무원은 지난달 '개밥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풀무원은 합성첨가물·닭간과 같은 부산물을 뺀 대신 원육·통곡물 등을 넣은 프리미엄 사료를 출시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고 안전하다"며 "일반 사료보다 비싸지만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견 호텔 등 특급 서비스도 호황
반려동물 전용 호텔·유치원 등 기타 프리미엄 서비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이파크백화점 '쿨펫 유치원'은 전문 트레이너가 반려견의 사회화·예절·배변 훈련 등을 놀이를 통해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 주 5일로 운영되는 유치원의 월 이용료는 50만원이다. 주인이 출장·여행 등으로 집을 비울 경우 반려동물을 대신 맡아주는 애견 호텔도 인기다. 아이파크백화점 관계자는 "스위트룸 하루 이용료가 3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주인들이 안심하고 맡긴다"며 "올여름 휴가철과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핵가족화·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애완견·애완묘를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반려동물 관련 프리미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