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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아이방 만들기

지난 2주에 걸쳐 대대적인 집안 정리를 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 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집이 넓지 않아 부엌 한 켠에 1.5평 남짓한 공간을 만들어 내 문간방 작업실을 옮기고 그 방을 아이방으로 만들기로 했다.

방의 삼면 모두 방바닥에서 천장까지 남편과 나의 책으로 가득차 있던 것을 부부 둘이 손수 옮기고 버리느라 아주 애를 썼다. 이래저래 천 권 이상 처분했다. 어떤 책을 책장에 놔두고 어떤 책을 버릴까를 판단하는 일은 어떤 추억을 버리고 간직할까를 판단하는 것과 같은 데 매니아형 영화잡지 키노 전권, 이젠 좀 민망한 체 게바라 책들, 정치학 전공서적들, 한 때 유행한 '부자되기'와 관련된 책들은 이참에 모두 사라졌다.

책정리를 해본 사람들이면 알겠지만 정리하다말고 책을 읽기도 하고, 먼지를 제거하기도 하고, 책 사이에 낀 뜻밖의 지폐나 메모들을 발견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물건을 못 버리는 남편은 심정적으로 괴로워했고 나는 체력적으로 탈이 났다. 이게 다 그놈의 아이방 때문이다.

정작 아이는 그저 자기 방이 생긴다는 사실에 기분이 들떴다. 삼남매 막내로 자란 나는 성장기시절 내 방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좋다. 어렸을 때 친정아버지도 하나둘 학교에서 귀가하는 우리들을 보며 "어쩌면 저 아이들은 저렇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여기가 자기 집이라고 확신하며 기들어올 수가 있지?"라며 그토록 흐뭇해했다던데 나도 부모가 자식을 위해 '방 빼는' 노고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밉진 않았다.

"이참에 밖에 작업실 내시죠?" 독서실보다 비좁은 나의 새 작업공간을 본 사람들은 말한다. 나도 처음엔 자식과 상관없이 내 공간은 고집스레 지키려 했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여러 의미에서 자기 공간을 떼어주는 일인 것 같다. 자식의 세상이 환하게 확장되기 위해 부모의 공간이 다소 비좁아지는 것은 '희생'이라는 거대 개념이 아니라 그저 생명과 순환의 자연스러운 이치인 것 같기도 하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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