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절제 사회(대니얼 액스트, 민음사)
달달한 고급 디저트를 파는 서울 한남동 패션5의 영수증에는 재미난 문구가 쓰여 있다.
'Life is short, eat dessert first.'(인생은 짧다, 그러니 디저트를 우선 즐겨라)란 문구를 보면 다이어트에 대한 굳은 다짐은 사르르 녹아버린다.
미국의 온라인데이트업체 애슐리매디슨닷컴의 모토는 과감하게도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다. 바람둥이가 되라며 네티즌들을 노골적으로 유혹하지만, 결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둘러보면 우리는 수많은 유혹에 에워싸여 살아간다. 사악하다고 생각해도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땐 유혹에 몸을 던지기 일쑤다. 종잇장처럼 얇은 의지를 자책하다보면 인간에게 진짜 자유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궁금해진다.
미국에선 느린 자살이라 불리는 흡연, 과음, 비만 등 '자제력 부족' 현상으로 죽는 사람이 연간 100만 명에 달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사람이 무지해서 이 같은 결과가 생긴 걸까. '자기 절제 사회'의 저자인 미국의 저널리스트 대니얼 액스트는 자제력 부족이 정보가 없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콕 짚어낸다. 담배와 과음이 건강에 안 좋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만 인간의 의지보다 유혹의 기술이 훨씬 빠르고 강하게 발달하고 있어 늘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뇌과학, 행동심리학, 진화생물학계의 최신 연구 결과들 또한 인간이 본래 욕망에 저항하도록 진화하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훨씬 적은 자유의지를 지녔다고 말하고 있다. 뛰어난 자제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선 훌륭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이들에게 후한 보상이 돌아간다.
의지력이나 정신력만으로 유혹을 떨칠 순 없을까. 저자는 강하게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는 세이렌의 노래에 홀려 바다에 뛰어들지 않도록 부하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으라고 했던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를 언급하며 사전예방지침을 열거했다.
과자봉지에 손을 넣지 못하게 손톱에 잘 마르지 않는 매니큐어를 바른다든가, 디저트 반쪽에 소금을 뿌려 먹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인데, 유혹과 자제력에 대한 장황한 설명에 따른 대응법 치고는 다소 힘이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