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코시건 시리즈 '명예의 조각들' '바라야 내전' '전사 견습'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씨앗을 뿌리는 사람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후인 30세기.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한 무인행성에서 만나면서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시작된다.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제국주의 사회인 바랴야 행성 출신의 군제독 아랄 보르코시건과 이와 정반대로 개방적이고 남녀가 평등한 민주주의 사회인 베타 개척지 출신의 과학자이자 군인인 코델리아 네이스미스다.
코델리아가 이끌었던 부대는 바라야 반란군의 기습을 받은 후 행성을 탈출하지만 낙오된 코델리아는 바라야 함대의 지휘관인 아랄의 포로가 된다. 하지만 아랄 역시 음모에 의해 부대에서 낙오된 상태였고 둘은 살아남기 위해 협력한다.
SF소설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명예의 조각들'은 갈등과 증오로 시작된 두 사람의 운명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동안 사랑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따라간다.
그렇게 부부가 된 아랄과 코델리아, 그리고 그의 아들 마일즈 보르코시건의 이야기가 2번째 시리즈물인 '바라야 내전'이다.
군사귀족계급으로 태어나지만 태아 때 당한 독가스 테러로 남들보다 작고 왜소한 체구를 가져 군인이 되지 못하는 마일즈 보르코시건. 하지만 그는 뛰어난 두뇌와 유머감각으로 장애를 극복해 나간다. 당당히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공은 결국 최고의 우주 함대 지휘관이 된다.
3권 '전사 견습'에서는 자신만의 우주 용병함대를 지휘하며 항성계 간의 분쟁에 뛰어들게 된 주인공 마일즈의 활약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작은 키에 볼품없는 얼굴, 약한 체력을 지닌 그는 사관학교 입시에 떨어지고 첫사랑에 실패하는 등 현실은 비참하지만 내면에선 무한한 삶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리고 자신의 강한 힘을 다른 이들을 위해서만 사용해 주위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 같은 인간적인 면모 때문에 실제로 부졸드의 책을 읽은 암환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하며, 지진으로 전 재산을 잃은 독자는 책을 통해 절망을 극복했으며, 우울증 환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았다고 했다.
SF 소설이라고 하면 로봇과 기계, 전생과 살인이 먼저 떠오르지만 보르코시건 시리즈에는 작가의 섬세함이 그대로 묻어난 드라마와 재치 넘치는 대사가 살아 꿈틀댄다.
특히 치밀한 구성과 등장인물 간의 대화, 심리 묘사는 많은 독자들의 호평을 받을 만큼 인상적이다. 더욱이 작가는 SF라는 장르적 특성에 장애인과 여성 등 약자의 인권 문제, 정치 갈등, 다양한 사회 문제 등을 심어놓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현재 문제를 천재적인 상상력으로 만든 30세기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SF의 전형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시리즈, 그래서 문학계의 노벨상이라는 네뷸러상, 휴고상을 수차례 수상한 작품이기도 한 보르코시건의 이야기에 빠져보자. /황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