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면발 신이시여!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시옵소서'.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에 국수 건질 때 쓰는 뜰채를 머리에 뒤집어 쓴 서른여 명이 집결, 지나가던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은 파스타파리안(Pastafarian)이라고 불리는 '스파게티 괴물교'의 신도들로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숭배하는 집단이다.
이날 파스타파리안들은 앞으로 야외에서 종교 집회를 열 수 있게 해달라고 시 당국에 요청했다. 그러나 시 당국은 스파게티 괴물교와 같은 집단의 공개 집회는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며 집회 신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파스타파리안들은 시 당국에 대한 반발과 항의의 표시로 거리 행진을 벌이고 면에 대한 숭배 의식 등을 진행하면서 '면발 사랑'을 과시했다.
그런데 거리 곳곳에서 스파게티 괴물교 신도들의 기도와 찬양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평소 이들을 못마땅하게 여겨 온 러시아 정교 신도들이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
러시아 정교 신자인 드미트리 엔테오는 신도들과 함께 "당장 기독교를 패러디한 스파게티 괴물교의 집회를 중단하라"며 파스타파리안들의 거리 행진을 막아섰다. 이어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가 신성한 교회를 모독했다"며 "이런 집회는 당장 해산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엔테오 측은 파스타파리안에게 "마카로니와 스파게티를 좋아한다고? 여기 당신들을 위한 소스도 있소!"라며 케첩을 뿌려 논란을 빚었다.
결국 두 종교 신도들이 과격하게 몸싸움을 벌여 경찰까지 출동, 여덟 명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스파게티 괴물교 신도인 '유리'는 "스파게티 괴물교는 지난 2005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종교 집단"이라며 "괴물교 신자들은 교회를 비난하거나 모욕할 생각이 전혀 없고 다른 종교에 대해 관심도 없는데 왜 우리를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페테르부르크 등지에서도 스파게티 괴물교 신도들의 집회가 열렸지만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야 부야노바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