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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부장님 안피운다'에 10만원 베팅

직장동료 금연도전에 돈 거는 동양증권 이색펀드 화제…타 기업서도 벤치마킹



#지난달 말 서울 을지로 근처의 한 호프집. 김부장은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무리한 기념으로 가진 회식자리에서 담배 한 개비 꺼내 물었다가 부하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부장님 담배 피우시면 저희가 큰일난다고요, 부장님한테 베팅했단 말이에요."

당돌한 부하 직원들의 요구에 김부장은 화를 내기는커녕 머쓱한 표정으로 담배곽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회식자리에서 담배를 부하직원에게 빼앗기고도 상사가 아무 말 하지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 바로 사내 직원의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게임 방식의 금연펀드 프로그램을 도입한 동양증권의 회식자리 모습이다.

흡연자에게 가혹한 시대다.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회사원들이 건물 밖으로 밀려나와 음습한 골목 한 구석에서 죄 짓듯이 담배를 태우거나 회사 한구석에 마련된 공간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연기로 구름을 만드는 모습은 어느새 일상다반사가 됐다.

"회사 내 절대 금연" "비흡연자 인사고과 우대"와 같은 살벌한 문구들도 흡연자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건강에도 좋지 않고 자의로나 타의로나 어차피 끊어야 할 담배라면 즐겁게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동양증권의 서장원 기업문화팀 차장은 지난 1일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연에서도 '펀(fun·재미)을 찾아라'"며 직원들끼리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사내 금연 비결을 공개했다.

서 차장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4회에 걸쳐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펀드를 추진했다. 올해 상반기에 진행한 4차 펀드의 금연 성공률은 75%로 예년의 38∼45%에서 훌쩍 뛰었다.

직원들 반응을 살피며 각 회마다 운영방식에 조금씩 변화를 줬더니 직원들의 호응도가 점점 높아졌다.

특히 2차 때부터 도입한 금연서포터즈펀드가 사내 문화를 바꿨다. 금연펀드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도 펀드에 도전하는 흡연자들 중 누가 금연에 성공할지 베팅하는 서포터즈펀드에 들게 했더니 직원들이 너나없이 서로 금연하라고 성화다.

기업이나 기관의 관심도 쏟아졌다. 국민연금, 사학연금기금 등이 금연펀드 운용방식이 흥미롭다며 찾아왔다. 최근에는 국내 메이저 게임업체인 넥슨이 직원들간 게임 방식을 도입한 점에 주목하며 관심을 표했다. 서 차장은 "이런 작은 차이가 값을 따질 수 없는 무형의 경쟁력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2011년에 금연펀드를 처음 시행할 때는 유사한 사내 금연펀드를 운영하는 여느 다른 증권사와 차별점이 없었다. 직원들이 10만~30만원으로 펀드에 가입하면 회사에서 이를 안정적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었다가 성공 여부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돌려줬다.

2회부터 금연서포터즈로 비참여 직원들의 참여를 끌어냈고 4차는 1인당 하루 담뱃값 2500원씩 적립식펀드에 투자해 실제로 돈을 굴리면서 고유한 사내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금연펀드에 가입해놓고 회사 동료들이 안 보는 곳에서 몰래 담배를 피는 직원도 있지 않을까?

기자의 짖궂은 질문에 서 차장은 "기본적으로 회사 직원들을 믿자는 분위기"라며 "지금처럼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직원들에게 재미와 신뢰를 주는 이런 사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오히려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장기적인 기업 성과로도 연결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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