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외국 관광명소를 찾은 러시아인은 종종 뜻밖의 장소에서 러시아 유명인사들의 이색 기념비를 만나게 된다. 네덜란드의 한 공원에는 '물 뿜는 스탈린' 동상이, 미국 버지니아주 자유공원에는 '머리없는 레닌' 조각상이 서 있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 세계 곳곳의 러시아 유명인사 기념비들을 살펴봤다.
◆ 물 뿜는 스탈린과 프랑코
평생 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 이오시프 스탈린과 프랑코는 지금까지도 서로에게 물을 뿜어대고 있어 관광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 분수는 스페인 조각가 페르난도 산체스 카스티오의 작품으로 현재 네덜란드 아르넴시의 한 공원에 있다.
◆ 늙은 가가린
2004년 라트비아는 세계 최초로 우주비행을 한 유리 가가린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우주의 정복자'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하지만 웬일인지 가가린의 모습은 우주 비행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젊은 영웅이 아니라 인심 좋은 동네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조각가 그렙 판텔레예프는 "가가린이 일찍 사망하지 않고 70세가 되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상상 속에 이 기념비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 마스크를 든 고골
그루지야 출신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주라브 체레텔리는 2002년 이탈리아 로마에 고골을 대표하는 작품 '죽은 혼'의 이름을 딴 고골의 동상을 기증했다. 4m에 이르는 고골의 동상은 묘한 미소를 짓는 마스크를 손에 들고 생각에 잠겨있다. 체레텔리는 "천재는 항상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동시에 웃고 우는 존재"라고 고골을 설명했다.
◆ 머리 없는 레닌
미국 버지니아주 자유 공원에서 머리 없는 레닌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건너온 이 조각상은 특이하게 수평으로 뉘어져 있는데 이는 작가가 이 조각상을 베를린 장벽이나 바르샤바 게토의 일부처럼 자유와 해방의 상징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불타는 경찰
또 한 명의 스탈린이 '긴급 화재 경찰'라는 표지판이 달린 공중전화 부스에 갇혀있다. 작가는 모두에게 외면 받고 무너져가는 스탈린을 희화화했다.
◆사라져가는 체홉
일본 도쿄와 프랑스 니스에 설치된 이 체홉 동상은 그레고리 포토츠키의 작품이다. 포토츠키는 "돈키호테와 닮은 체홉의 모습을 통해 러시아 문학의 영웅주의를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홉 옆에는 그의 소설에서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작은 사람'도 함께 서 있다.
/레라 포스미트나야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