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콘크리트에 담긴 한식

'K-팝'에 이어 'K-푸드' 열풍이 거세다. 지난 정권 당시 본격적으로 거론된 '한식의 세계화' 바람이 점차 일반에 퍼지면서 우리의 음식문화가 전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는 상상이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대표적인 음식문화 공간은 지난 정권 당시 도심 재개발 광풍에 휩쓸려 또다시 사라졌다. 바로 종로의 피맛골이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생겨나 600년 이상 서민들의 먹자골목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장소다.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뜻답게 피맛골 골목은 큰 도로에서 한발짝 물러선 곳에 숨어있듯 이리저리 구부러져 있었다.

물론 피맛골에 있던 전통깊은 음식점들은 바로 옆에 들어선 고층빌딩에 입주하는 등 계속 장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김치를 담그면 한국 배추로 담근 김치 맛이 나지 않듯이 피맛골 원래 골목이 아닌, 콘크리트 빌딩 속 가게에서 먹는 음식 역시 예전의 맛과 정취를 낼 순 없다.

2009년 재개발 공사에 들어가기 직전, 피맛골을 찾은 외국인이 "곧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이 골목은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금치 못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그 외국인은 "골목 양쪽에서 고등어를 굽는 피맛골의 풍경과 맛을 즐기기 위해 한국에 올 때마다 찾아왔다"며 "외국인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는 이런 곳이 사라지다니 믿을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해당 피맛골 지역은 특유의 골목 윤곽이 모두 파헤쳐진 채 전형적인 오피스텔, 백화점 등이 들어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꿈꾼다면서 한국 문화가 오롯이 새겨진 장소의 소중함은 경시하는 풍조가 놀랍다./김현정기자 hjkim1@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