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가 넘는 삼계탕을 꼭 먹어야 돼요?"
직장인 강미경(27·여)씨는 초복(13일)을 앞두고 점심 시간에 삼계탕을 먹으러 가자는 직장 상사의 제안이 반갑지 않다. 평소 회식 때도 고기를 자주 먹는데 굳이 초복이라며 고열량 메뉴를 찾는 선배들이 부담스럽다. 그는 "살이 찌면 오히려 건강에 안좋지 않겠느냐"며 "초복이라고 보양식 찾는 분들 보면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말했다.
◆하루 권장 열량 절반 웃돌아
삼계탕으로 대표돼 온 복날 보양식 문화가 변하고 있다. 1일1식이나 간헐적 단식 등 소식 열풍이 불면서 고칼로리 보양식의 인기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보양식은 비만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 한국인이 자주 먹는 대표 보양식들을 살펴보면 1인분을 기준으로 삼계탕 1001㎉, 보신탕 995㎉, 장어양념구이 1551㎉ 등으로 성인 하루 권장 식사량의 절반을 웃돈다.
이 때문에 다이어트에 관심이 높은 젊은층의 경우 보양식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김지형(32)씨는 "샐러드나 과일 등 채식 위주의 식단이 더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며 "평소 부족한 영양은 비타민으로 챙기기 때문에 보양식이 따로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36% "복날 보양식 노!"
실제로 복날이라고 특별하게 보양식을 챙기지 않는 이들도 많이 늘었다. 최근 취업사이트 인쿠르트가 '직장인 보양식'에 관한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36.6%가 '현재 영양식을 챙겨먹고 있어 보양식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의 고영양 상태를 지적한다. 과거와 달리 굳이 보양식을 먹지 않더라도 영양상태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많은 의사들이 육류 위주의 보양식 먹는 횟수를 줄이고, 야채와 과일 등을 자주 먹는 게 더 몸에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결국 보양식도 적절히 먹을 때에만 몸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가정의학전문의 유태우 박사는 "현대인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등 6개월치 영양소가 몸안에 축적돼 있을 정도로 영양이 풍족한 상태"라며 "어떤 보양식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맛있게, 또 적게 먹는 방법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불황 탓 더 외면당해
장기 불황 탓에 보양식 메뉴도 탈바꿈하고 있다. 1인분에 평균 3만원대에 달하는 전통적인 보양식 메뉴이던 삼계탕과 장어 등을 제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바닷장어와 돼지등뼈 등을 직접 사다 집에서 요리해먹는 경우도 늘고 있다.
11일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보양 식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가격이 저렴한 바닷장어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4% 늘어나고, 한우사골보다 50% 가량 저렴한 돼지 등뼈 매출도 111.4% 늘어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