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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읽기] 기억은 어디에

필자는 책상 위에 놓인 주간스케줄러, 휴대전화의 달력, PC의 아웃룩 등 세 가지 도구를 이용해 일정을 정리하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다. 외근을 하는 동안 전화통화를 통해서 정해지는 약속은 휴대전화에 입력해 두고, 내근 중에 오는 연락은 주간스케줄러에, 직원들과의 미팅 등은 공유를 위해 아웃룩을 사용하는 게 문제다. 세 곳에 기록된 약속을 일치시키지 못해 일정은 중복되고 대략 난감한 입장에 처한다. 메모하느라 낭비, 바로 잡느라 시비, 반성하느라 소비가 습관일 지경이다.

최근에는 더 심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으로 활동하는 그룹 모임은 매번 페북과 구글 메일로 공유되고, 친목도모를 위해 만들어진 모임은 네이버 밴드에서, 동창이나 예전 직장의 동료들과의 교류는 트위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 세 가지 일정 관리 도구에, 일정 기능을 가진 세 가지 모바일 도구가 결합되니 가관이다. 올해 들어 참여하기로 한 자리에 불참을 알리고 사과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지인들은 그러려니 하는 정도니 민망할 따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기치 못했던 부분에서 장애도 발생한다. 일기를 전혀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이곳 저곳에 주요 일정을 산재해 시켜둔 탓에 어느 하나를 하루의 의미로 잡을 수가 없다. 중요한 일의 실행은 매번 그만그만한 수준에 그치고, 번잡한 하루라는 기억만이 반복되니 딱한 일이다. 급한 일에, 쫓기는 생활에 치여 시간을 마구 소비할 뿐 어떤 것도 삶의 흔적으로 새기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점점 나빠질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다.

뉴욕의 한 서점에서 색다른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하나는 'In My Humble Opinion'이고, 또 하나는 'My Dysfunctions'다. 직역하면 '내 겸손한 의견', '내 약점'이란 말인데 이것이면 충분하다 싶었다. 너무 많은 사람, 정보, 할 일에 복잡 다난해진 생활을 다스리는 도구로 제격인 듯 하다. 모르긴 해도 이 중 하나를 차분히 사용하다 보면 일상의 패턴이 조금은 단순하고 명료해지지 않을까. 적어도 하루를 산 것에 대해 의미 있는 기억을 남길 수는 있을 것이다.

나의 삶에 가장 소중한 기억은 어디에 있을까. 웹과 SNS에 저장된 기억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일까. 너무 많은 소통의 도구들로 사장되는 나의 고유성이 가엾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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