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균형 잡힌 복근이 그려진 노트를 보고 있다. 말 그대로 왕(王)자가 또렷해 보이는 스케치다. B는 A에게 복근의 크기와 형태, 선의 아름다움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듯 심드렁하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십여 분의 짧은 대화를 마쳤고, 흐뭇한 미소를 띄며 각자의 길로 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A의 상체에 근육질 남성의 상징, 식스팩이 만들어졌다.
멋진 몸매의 남자가 두 개의 막대 사이를 고무줄로 연결한 도구를 들고 사용법을 전달했다. 남자의 뒤에 서 있던 십 수명의 사내들은 설명을 놓칠세라 눈을 부릅뜨고 있다. 남자가 시범을 끝내고 구령을 붙이며 사내들을 이끌었다. 사내들은 동작을 따라하는 게 어려운지 오만상을 찌뿌렸다. 진행자는 남자에게 다가가 아름다운 몸을 만들기 위한 비법 공개에 칭찬을 늘어 놓았다.
남자가 변화고 있다? 아니다. 가지고 있던 또 다른 본성을 각성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남자는 힘'이 대세였다. 강한 남자가 남자다운 것이라는 신념 아래에서의 모습이었다. 최근 남자연예인이 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에서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여자연예인의 전유물이었던 광고시장을 장악했다.
부드러운 남자, 친절하고 사려깊은 남자가 부각되고 나쁜 남자는 잊혀졌기 때문이다. 남자가 '힘' 대신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하는 이유는, 없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이유를 대라면 말할 수 있다. '인정받는 남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사회에서, 스스로에게 인정받고 싶은 본능이 그것이다. 자고로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단순한 존재니까.
그런데, 어쩐다. 부드러움, 사려깊은, 친절한 등의 수식어는 육체적 아름다움이 아닌 내면의 강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인데. 복근성형도 좋고, 균형잡힌 몸매를 위한 뷰티웨이트트레이닝도 좋다. 껍데기 속은 어쩔텐가.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