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 에르덴솜에서 나무심기 활동을 하고 있는 푸른아시아의 백민주, 황기쁨, 이지영씨.
건조지역에 나무를 심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과정이었다. 모래언덕이 듬성듬성 나타나고 있는 몽골 울란바토르 에르덴솜 지역 하늘마을의 '카스 희망의 숲' 조림지도 마찬가지였다.
다 자란 나무를 심었다간 척박한 땅에 적응을 못해 100% 죽는다. 깊이 60cm 정도로 구덩이를 파 2년 정도 된 어린 묘목을 심고 우물에서 퍼 온 물을 일일이 날라야 한다. 뿌리가 흡수하기 전에 물이 증발돼 매주 한 그루당 20ℓ씩 물을 줘야 한다. 그렇게 2~3년 정성을 쏟아야 80~90%만이 겨우 뿌리를 내린 다음 위로 자란다.
오비맥주가 2010년부터 심어온 어린 나무들은 이제야 하늘을 향해 뻗고 있었다. 방풍림 역할을 할 포플러 나무는 80cm, 비술나무는 50cm 정도 자라 있었다.
▲ 매주 찾아와 나무심기 봉사를 하고 있는 몽골 현지의 대학생들.
지난 3년간 매해 직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조림활동을 한 오비맥주 임혜미(30) 대리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며 가슴을 쓸었다. 그는 "직원들이 애써 심은 나무들이 잘 자랄지 걱정됐는데, 이렇게 커줘서 기특하다"며 "풍성한 숲이 될 때까지 꾸준한 관심과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몽골과 우리나라의 젊은 대학생들도 나무심기에 한마음이 되고 있다. 현지 하늘마을에는 국제환경 NGO단체인 푸른아시아의 백민주(21), 이지영(21), 황기쁨(22)씨 등 여대생 3명이 거주하며 현지 직원 25명과 함께 마을을 이뤄 조림지를 가꾸고 있다.
주민들이 열매를 팔아 소득원으로 쓸 수 있는 유실수와 방풍림으로 자랄 나무들을 주로 심는다. 열매가 감기약 대용으로 쓰여 '비타민 나무'라 불리는 차차르간이나 잼 등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이는 우후린누드, 높이 자라는 포플러 나무 등을 올해도 2만 그루 심어 모두 7만 그루 가량 기르고 있다.
백씨는 "처음엔 잘라내는 가지가 아깝다며 가지치기도 안하려던 주민들이 이젠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며 웃었다.
▲ 엄마를 따라 나무에 물을 주고 있는 몽골 에르덴솜 하늘마을 어린이.
매주 주말엔 몽골의 대학생 환경동아리연합 '마이클럽' 멤버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온다. 일손이 많이 필요했던 지난달엔 200명이 합세해 구덩이를 파고 묘목 심는 일을 도왔다. 마이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몽골과학기술대학교의 세르다람(42) 교수는 2007년부터 학생들의 나무심기 봉사를 이끌어왔다. 최근엔 페이스북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한다.
이날 나무가꾸기 봉사에 나선 몽골과학기술대학교 앵흐졸(19)씨는 "유목생활을 해 온 몽골에선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 한 살 더 늙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나무는 심는 게 아니라 베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우리 아이들이 푸른 숲과 함께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푸른아시아의 제진수 기획처장에게 조림사업은 20~30년을 내다보고 하는 일이다. 그는 "처음엔 나무를 심으면 주민들이 가축에게 먹여버려 몽땅 없어지곤 했다"며 "이제 몽골 주민들도 나무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진지하게 인식하기 시작해 급여를 주고 직접 관리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