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송형기(41) 씨에게 5월은 '악몽'의 연속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에 이어 지난해 깜빡하는 바람에 진땀을 빼야 했던 결혼기념일까지 끼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에는 딸아이에게 독일 유명 브랜드의 인형을 사줘야 했고, 어버이날에는 양가 어른들에게 거액의 현금을 쥐어드려야 했다. 온갖 기념일을 챙기느라 지갑이 텅텅 빈 지 오래지만 급여일까지는 앞으로도 5일을 더 버텨야 한다.
# 서울에서 홀로 직장에 다니는 싱글 여성 윤서윤(34) 씨는 이달 초 주말을 이용해 고향집에 다녀왔다. 부모님과 어린이날을 앞둔 조카들 선물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했다. 이번 달에는 주말마다 지인들의 결혼식이 줄을 이어 축의금에만 수십만원을 들여야 했다. 점심값이라도 아껴보려고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지만 가계부를 적다 보면 서글픔이 밀려온다.
빠듯한 월급으로 생활하는 직장인들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어린이날부터 부부의 날(21일)로 이어지는 '기념일 릴레이'에 쌓여가는 결혼식 청첩장까지 돈 들여 챙겨야 할 일이 쉼없이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는 석가탄신일 사흘 연휴까지 끼는 바람에 가족 나들이 비용 부담까지 추가로 얹어졌다.
특히 지난달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은 직장인들에게는 5월 나기가 '사투'에 가깝다. 직장인 중 750만 명은 지난달부터 평균 25만원의 건보료 추가분을 분할 납부하고 있다. 일시에 추가분을 납입한 직장인은 이번 달 생활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 손해보험사가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 53%는 이번달 추가 지출 비용으로 30만~50만원을 예상했다. 60만~90만원을 추가 지출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도 18%나 됐다.
이들 중 50%는 '돈이 많이 들어서' 5월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또 한 취업정보 업체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월급날로부터 평균 16일 만에 지갑이 텅 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에 빗대 다음 월급날이 되기 전에 월급이 소진되는 '월급고개'를 겪고 있느냐는 질문에 64.3%가 "그렇다"고 밝혔다.
결국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한 달의 절반가량을 신용카드 등에 의존해 생활비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직장인 손지욱(40)씨는 "기념일을 챙기는 의미는 중요하겠지만 상술과 체면 때문에 지나친 면이 있다"면서 "일본처럼 어린이날이 여자아이 남자아이 따로 있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