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 물가연동제가 해답
2005년 이후 8년간 제자리
담뱃세 점진적으로 올려야
부작용 적고 금연효과 높아
기획재정부가 담뱃세를 물가에 연동시켜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담뱃값 인상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 재정 전문가들 역시 물가에 연동시켜 점진적으로 담뱃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화제다.
한국지방재정학회는 7일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인한 물가 부담이나 조세 저항 등을 고려했을 때 영국·호주·뉴질랜드 등과 같이 담뱃세를 물가지수에 연동시켜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물가연동제'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담배에는 담배소비세를 비롯해 여러 가지 부담금이 포함된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의 경우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8원, 부가가치세 227원 등 약 1550원이 부과된다.
이처럼 많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소비세 인상이 자주 논의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현재 담배에 적용하는 세금은 2005년 1월에 정해진 뒤로 지금까지 8년 이상 바뀌지 않았다. 2005년 당시 2500원이었던 담배 가격은 지금도 변함없이 2500원으로, 지난 8년간 소비자물가가 23.4% 상승했으니 담배의 실질 가격은 1900원으로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또한 국내 담배 가격 대비 세금비율은 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가격 또한 가장 싸다. 이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은 낮은 담뱃값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담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담배 가격을 높여 소비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담뱃세 2000원 일괄 인상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여러 금연단체 및 의학단체들이 잇따라 대폭적인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과 영세 담배 판매점의 매출 하락, 밀수·가짜 담배 유통 급증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일부 금연단체와 보건 당국에서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며 제시한 흡연율 등의 수치도 문제가 많아 급격한 세금 인상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OECD의 2012년 헬스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인 전체 흡연율은 OECD 평균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지난 20여 년간 흡연 감소율 역시 34%로, OECD 평균 감소율인 30.5% 보다 오히려 높고 우리나라보다 담배가격이 훨씬 높은 아일랜드·영국·독일·프랑스 등을 제치고 상위 12위에 올라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담배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현재 논란 중에 있는 급격한 담배 세금 인상안보다는 지난해 7월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이 발의한 '담뱃세 물가연동제'가 가장 적절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최병호 교수는 "정부가 종량세 방식을 계속 유지하면서 담뱃값을 올리려면 물가연동제가 바람직하다"면서 "물가에 연동해 매년 담뱃세와 담뱃값을 자동적으로 인상하면 전체 소비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소년층일수록 담배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청소년층이 흡연에 쉽게 접근하는 것을 막고 금연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도 담배 세금 인상 논란을 다룬 한 공중파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만우 의원이 발의한 담배 세금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법안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흡연자를 대표하는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역시 "담뱃값을 급격하게 올리면 서민들의 물가 부담 상승, 불법 담배 유통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은 지방세법을 논의하는 안전행정위원회와 국민건강증진법을 논의하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루게 된다. 현재 두 법안 모두 관련 상임위의 법안 심사 소위에 계류 중인 상태로 오는 6월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박지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