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보험금 고작 9508만원
내일이면 불에 타 무너졌던 숭례문이 돌아온다. 2층의 90%, 1층의 10%가 소실되면서 누각 붕괴 사태로까지 이어진 지 5년 3개월 만이다. 그런데 과연 불에 탄 숭례문(사진)을 다시 짓는 것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된 것일까?
숭례문 화재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보험금은 1억 원이 채 안 되는, 고작 9508만원에 불과했다. 복구비용의 1%도 안 되는 쥐꼬리만한 수준이었다.
국보 1호로서의 숭례문이 갖는 역사적이며 문화재적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목조 건축물로서의 보험료와 보험금만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접근이 자유로워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목조 건축물이다 보니 적절한 보험에 가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빈센트 반 고흐' 전시회의 경우 67점의 그림을 위해 지불한 보험료만 10억 원 이상, 사고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만 약 1조4000억 원이었던 점과 확연히 대비된다.
그렇다면 숭례문 복원 완료를 목전에 둔 지금의 사정은 어떨까?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화재로 유실될 우려가 큰 목조 소재의 국보나 보물 가운데 화재 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아직도 채 40%가 안 된다고 한다. 지방일수록 보험 가입률이 떨어져 고작 25% 안팎이고, 중요민속문화재의 경우엔 13%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물론 보험이란 건 사후 수습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기에 거기에만 안도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 예방이 먼저라는 뜻이다.
그러나 화재감지기와 경보기, 자동소화시설이라도 확충하면 좋으련만 그 역시 예산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하기만 한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에 1703년에 중건한 전남 구례의 화엄사 각황전과 18세기 말에 지은 경기도 수원의 화성 팔달문이 방화로 불에 타 사라질 뻔한 사건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1907년 일제에 의해 숭례문 좌우의 성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이후 이제껏 줄곧 파괴만 되어온 숭례문.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에게 숭례문 화재와 그 직후 이뤄진 복원 사업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숭례문은 다시 섰지만 문제는 여전하다./'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