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벼룩시장 구경을 좋아한다. 주말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서울 독일학교 벼룩시장이 집 부근에서 열렸다. 일 년에 두어번 봄과 가을에 열리는데 아담한 운동장 공터에서 열리는 이 벼룩시장은 매번 갈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우선 학교에서 주최하는 만큼 학부모와 학생의 가족 단위 별로 판매대가 설치되는데, 주로 파는 역할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담당한다. 아이들은 정말 신이 나서 열심히 자신의 헌 물건들을 판다. 헌옷, 책, 장난감들은 모두 깨끗이 세탁이 되었거나 닦여서 출품되고 대부분의 물건들엔 가격표가 사전에 붙여져 있다. 이는 저렴하게 파는 것 이상으로 구매자에 대한 배려가 아닐 수가 없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들은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기보다 그저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놀이의 한 방편으로 벼룩시장을 그저 즐긴다는 점이다. 아장아장 아기들은 아예 판매대의 장난감을 쥐고 바닥에서 마음껏 가지고 놀게 놔둔다. 한 여학생은 백원이라는 너무 싼 가격에 장난감을 내게 팔았는데, 왠지 미안해서 오백원을 쥐어주고 그냥 가지라고 했더니 거스름돈 사백원을 단호하게 돌려주며 괜히 호탕한 척 한 나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편 다음 주말은 내가 아이를 데리고 동네 주최의 벼룩시장에 참가해야 할 차례다. 지난 가을 처음 출품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에게 시장과 돈의 개념을 가르친다고 데려갔지만 성가시게 굴 때는 '얌전히' 있어주었으면 했고 사람들이 물건을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안 사고 가버리거나 아이들이 물건을 함부로 만지면 신경이 곤두섰다. 물건에 대해 흠집을 잡으며 과하게 흥정해 오거나 제멋대로 가격을 낮춘 후 정신없는 틈을 타 지폐를 휙 던지고 물건을 낚아채서 사라지는 진상고객들도 물론 탓하고 싶지만 그 이전에 나부터도 무용지물을 막상 팔려니 '이건 내가 얼마 주고 샀는데…'라며 조금이라도 돈을 더 남기려는 음흉한 마음부터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벼룩시장 정신은 결국 공동체가 아끼고 나눠쓴다,일테니까.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