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대국이 됐다는 정부발표가 빈번했다. 한국을 배우겠다는 나라가 동남아에서 중남미까지 확장됐다. 세계 7대 무역대국에 올라선 입지가 실감나는 뉴스다. 지난해 녹색기후기금이 송도국제도시에 유치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글로벌기업은 아시아 사업의 헤드쿼터(Headquarter)를 여전히 한국에 두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한국시장은 그 규모가 작다. 이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은 아니다. 시장규모 때문에 글로벌기업의 헤드쿼터가 한국에 없다는 주장은 우리의 변명에 가깝다. 글로벌 기업이 표명하는 형식적 이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은 해당 지역의 시장이 한국보다 크지 않다. 그러나 많은 글로벌기업의 아시아 사업 본부를 가지고 있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한국과 글로벌 기업 사이에 놓인 시장규모에 대한 진실은 정량적 판단이 아닌 정성적 판단으로부터 기인된다. 한국이 아시아 지역 사업에 필요한 영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에게 한국에 매장을 열거나 마케팅을 펼치면 아시아 지역 사업의 상징적 혹은 실질적 가치제고가 이뤄진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춤과 노래, 음식, 영화 등에서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에까지 퍼졌다. 최근 해외출장을 다녀 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한국에 대한 해외의 시선과 평가에 고무돼 장밋빛 사업전망을 내놓기 바쁘다. 그래서 충분한가? 문화가 나라를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은 맞다.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호감이나 가중치에 불과하다. 한류의 과신은 금물이다.
우리의 제품, 서비스, 브랜드에 한류 문화에 담긴 어떤 정신이 드러날 수는 없을까. 디자인 밀라노, 예술 파리, 모던 뉴욕과 같은 문화의 근간에 흐르는 한국적 요소로 전 산업이 통칭될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준비됐고, 그럴 때가 됐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