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진통을 거듭한 끝에 조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새 대통령을 뽑은 지 100일이 넘을 뿐만 아니라 취임 이후만 해도 한달이 훨씬 지나서야 새 정부의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유례없는 국정공백 속에 많은 국력을 소모하고 말았다. 청문회에 올라온 후보자들의 도덕성이 수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초기 자진사퇴는 물론 중도 사퇴에 이르기 까지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날 고도성장과정에서 빚어진 갖가지 비리가 표출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 때 그 시절에는 어떻게 보면 눈감아 줄 일도 지금의 잣대로는 수용하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우리는 쓸 만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들게 되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악순환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번 경험을 토대로 인사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대안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한 사람을 놓고 절대평가 하는 것보다 복수후보를 놓고 상대평가를 한다든지, 부도덕한 항목을 정해 감점제를 도입한다든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들은 '밀실인사'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뜻을 같이하는 인사를 고르다 보면 밀실인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이번 조각 과정을 보면 많은 폐단이 드러났다.
일찍이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 혜강(惠崗) 최한기(崔漢綺)는 사람을 골라 쓰는 방법을 4가지로 나눠 보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는 천칙(天則)을 꼽았다. 이는 여론을 중시하며 하늘의 뜻에 따라 현인(賢人)들이 행하는 인재기용방식이다. 필요한 인재를 기록해 두었다가 등용시키는 방법이다. 그 다음으로는 청탁자의 사정을 들어주는 견루(牽累)인사, 그리고 편견이 강한 자가 밀어붙이는 고집(固執)인사, 마지막으로 공공성을 떠나 친인척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주변 인물을 기용하는 사욕(私慾)인사를 들고 있다.
이렇게 볼 때에 우리는 궁극적으로는 인재 데이터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나 지금은 '열린인사'로 해당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를 추천 받는 것이 바로 천칙인사에 가깝다. 다시 말해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인사는 열린인사가 정답이다. 아무튼 이번 새 정부의 조각과정을 보면서 국가경영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인사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