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명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75세의 나이에 감독으로 변신했다.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 '콰르텟'의 개봉을 앞두고 프랑스를 찾은 그를 3일(현지시간) 메트로 파리가 만나봤다.
◆75세에 영화감독으로 변신했다. 그 전에는 감독이 될 기회가 없었나.
좋은 질문이다! 사실 1970년대 '출옥자'라는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할 뻔 했다. 내가 주인공 역할도 맡았다. 폴솜 교도소에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촬영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없었다. 내 연기를 판단하기 위해 편집담당자와 촬영감독에게 의견을 물어봤는데 '오케이'라고 말하는 법이 없었다. 이틀 만에 감독 자리에서 잘리고 울루 그로스바드가 감독을 맡게 됐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감독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웃음).
◆영화 '콰르텟'은 오페라에 관한 영화다. 친숙한 주제인가.
1960년대 뉴욕에서 연기 활동을 할 때 로버트 듀발과 같이 살았다. 그의 형이 오페라 공부를 해서 함께 공연을 보곤 했다. 그 때 연기자 세계와는 매우 다른 이 세계를 존경하게 됐다. 오페라 가수들은 운동 선수와 공통점이 있다. 현재의 성공을 이루기 위해 수 년간 인고의 시간을 견딘다는 점.
◆연기 생활을 오래했다. 나이가 들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나.
주요 배역을 더 이상 따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때. 하하. 영화는 10대를 주인공으로 쓰여진 작품들이 대다수다. 50대가 넘으면 조연으로 밀린다. 총을 가지고 연기 할때만 빼고. 그래서 역할 때문에 실망스러울때가 많다.
◆영화속 인물과 당신의 나이가 같다. 그래서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나.
그렇다. 나는 현실을 거부한 채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그리고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면 어느 순간 더이상 40세도, 50세도, 60세도 아닌 날이 온다. 5년 후면 80세가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때쯤이면 머릿속이 정말 맑아져 하늘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것 같다. 내 나이가 된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기차에 치이는 것 같은 사고만 없으면.
/제롬 베르믈랑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