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다. 이 때문인지 취임식 날부터 대통령의 패션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 높다. 대부분의 해석은 여성이라는 점과 고 박정희대통령 영애였다는 점, 행정수반으로서 드러낼 태도 또는 의지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듯 하다. 아니다. 해석이 아니라 말하고 싶은 어떤 입장의 근거로 분석을 내놓는 분위기다.
여성복업계는 박대통령의 등장으로 시장의 호재가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오바마대통령의 당선으로 패션시장 뉴 아이콘이 됐던 미셸오바마의 전례를, 프랑스나 영국 등 유럽에서 유명 여성정치인이 패션트렌드의 핵심으로 부상됐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패션을 어떻게 시장에서 풀어놓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대통령의 패션은 '패션은 이야기다(Fashion = Tell the Story)'라는 공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T.P.O를 감안한 색상과 디자인 선택은 이전의 대통령이나 영부인보다 훨씬 트렌드적이다. 다만, 그 기준은 패션트렌드가 아니라 삶의 트렌드(Identity = Life Trend)다. 자신 만의 색상과 스타일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 확신을 중심으로 필요한 요소를 가미한 복장이라는 얘기다. 타자의 시선을 중심으로 하는 선택이 아니라 나에 대한 통찰에서 기인된 패션인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브랜드 혹은 아이템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스타일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는 패션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패션을 통해 타인에게 혹은 사회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태도를 강조하려 하지 않는다. 뭔가를 감추거나, 부풀거리나, 왜곡시키는 용도로 패션을 사용하지 않는다. '척'하는 것이 '찌질한'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패션은 한 사람이 가진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럴 때 가장 빛나며 고유한 의미가 부여되는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박대통령의 패션은 분해되고 해체되기보다 이야기로 풀어져 회자됐으면 한다. 이야기 속에는 시장의 호재도 있기 마련이니까.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