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계에 몰아치는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반 원두커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마니아들이 고급 커피를 찾으면서 커피전문점들까지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을 열 정도다. 국내 '스페셜티커피의 선구자'로 통하는 GBT커피 대표이자 영상의학과전문의 유필문 박사는 이런 흐름이 반갑고 흐뭇하다.
"원두커피 시장이 이제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 같아요. 정말 맛있는 커피를 즐기려는 마니아들이 등장한 거죠."
최근 서울 광장동에 자리 잡은 GBT커피를 찾으니 로스팅 기계와 각종 원두들이 빼곡하게 눈에 들어온다. 유 박사가 건네 준 커피는 도미니카의 산토도밍고로 바닐라와 초콜릿 같은 달짝한 향이 밀려오며 혀에 착 감긴다. 탄 맛이 나는 커피전문점 커피에 길들여졌다면 싱겁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간 정도의 바디감과 균형 잡힌 부드러운 맛으로 유명한 이유를 금세 알 정도로 입안을 꽉 채웠다.
사실 산토도밍고는 그를 커피의 세계로 이끈 큰 의미가 있는 커피다. 업무차 도미니카에 머물던 2001년 3월, 그는 처음 간 커피농장에서 맛 본 커피 맛을 지금도 최고로 꼽는다.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살랑살랑 부는 바람 속에서 '커피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하고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지금껏 커피를 사랑하고 있나 봐요."
그는 농장 사람들에게 커피에 대해 물어보고 또 부지런히 다른 농장을 다녀보며 커피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돌아와 그 커피 맛이 너무나 그리워 2004년 GBT커피를 만들어 도미니카의 생두를 들여왔다.
이후 국내 커피업계에 스페셜티커피를 알리는 일을 맡아왔다. 2006년 국내 최초로 COE(Cup Of Excellence) 인터넷 경매에 참여해 생두를 구매했고 2008년부터는 게이샤 커피를 알리기 시작했다. 게이샤 커피 경매에도 참여해 2008년 5월 국내 처음으로 300파운드의 생두를 낙찰 받았다. 2011년부터는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업체 나인티플러스사의 파트너가 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최고급 커피를 공급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와인처럼 떼루아를 나타낼 수 있는 커피에요. 일반 커피전문점에서처럼 원두를 섞어 마시면 특징적인 맛이 없어 두리뭉실해져요. GBT커피의 장점은 부드럽고 깔끔하다는 건데 하이엔드 스페셜티로 차별화할 생각입니다."
유 박사는 올봄 메트로신문을 통해 독자들과 커피에 대한 생각을 나눌 계획이다. 커피전문점이 지배한 요즘 업계의 흐름, 그리고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노하우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서울 광화문 메트로신문 사옥 내 '카페 아토'에서 커피 마니아들을 직접 만나 스페셜티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강연도 계획 중이다.
"커피맛은 '왔다가 간다(Comes and go)'고 표현할 만큼 순간적일 수 있으니, 어렵다고만 생각 말고 즐겨보세요. 커피는 불황 속에서도 누구나 입맛대로 최고를 즐길 수 있는 '열린 명품'(Affordable Luxury)이니깐요." 사진/손진영기자 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