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심야전용택시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심야전용택시는 늦은 밤 귀가시간대 '택시잡기 전쟁'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도입됐다.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주 6일(월~토요일) 운행하고, 심야에 운행하는 대신 이틀 운행하고 하루 쉬는 3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당초 시는 5000대를 목표로 신청을 받았지만 실제 신청한 택시는 1479대다. 하지만 도입 3개월 여가 지났지만 심야 귀갓길 택시잡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다. '개인9' 표지판을 단 심야전용택시를 보기도 쉽지 않다.
23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김명운(62)씨는 "연료비가 크게 올라 밤 늦은 시간에 힘들게 일해 봐야 자정 피크타임에만 반짝할 뿐 돈이 안 된다"며 "영업일수는 3부제에 비해 늘지만 전체 영업시간은 24시간 가량 적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령인 개인택시 기사들에게는 행패를 부리는 젊은 취객을 상대하는 일도 골칫거리다. 김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택시를 잘 안 하려고 해 택시 운전하는 양반들 나이가 많다"며 "심야전용택시를 신청한 기사들 가운데 그만 두려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최근 들어 일주일에 4~5건 계약해지 문의가 있다"며 "다음달 초까지 미비점을 보완해 참여 폭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운행 시간대 조정 없이는 심야전용택시는 신청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오후 4시~익일 오전 4시, 오후 2시~익일 오전 2시 등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기홍 한국교통시민협회 회장은 "택시공급 초과 상황에서 운행 시간대를 바꾼다는 것은 심야택시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퇴근 시간대 법인택시와 개인택시간 경쟁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20%로 일률적인 심야할증 체계를 시간대별·거리별로 세분화하고 달리 해 취약시간대에 공급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