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하늘길이 특별해졌다, 그리고 맛있어졌다. IMF외환위기로 중단됐던 서울~런던 직항 노선을 14년만인 지난해 12월 다시 연 영국항공은 한국 고객을 위한 특화 서비스로 단단히 무장했다.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인근에 자리한 '게이트 고메(Gate Gourmet)' 영국지사.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금 도착한 비행기에서 빠져나온 기내식들을 빼내고, 다시 만들어 옮기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90개 노선 비행기에 들어갈 2~3만식에 달하는 식사가 매일 여기서 분주하게 만들어진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내식 업체인 이곳에선 한국 승객들을 위한 특별한 메뉴도 요리한다. 한국인 셰프 2명이 상주하며 비빔밥과 갈비, 만두, 매운맛 유자소스가 곁들여진 한식 연두부 등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비빔밥은 밥만 따뜻한 우리나라 항공사의 서비스를 뛰어넘는다고 자부한다. 영국항공의 음식·음료 담당 크리스토퍼 콜 매니저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먹은 돌솥비빔밥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따끈한 밥 위에 따뜻한 나물까지 얹을 수 있게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갈비는 질기지 않은 고급 서로인 고기를 사용한다. 식후에 마실 한식 매실차와 꿀넣은 인삼차까지 준비해 놨다.
이코노미 좌석 식사도 신경 썼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쇠고기 메뉴를 모든 식사에 포함시켰다. 식사 후 매실차도 모두에게 제공한다. 영국항공이 마지막 한국 노선을 운항하던 1998년만 해도 한국인을 위한 맞춤 음식은 없었다.
그는 "블로그 등을 통해 영국항공을 이용한 승객들의 좋은 반응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며 "저가 항공은 식사 비중을 줄이지만 우리는 가장 좋은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이코노미 틈새 공략
영국항공 기내엔 우리나라 특유의 음양의 원리가 숨겨져 있다. 특허 받은 '음양 침대'다. 우리나라의 디자이너인 탠저린 이돈태 대표가 서로 엇갈려 완전히 누울 수 있는 Z자 평상형 침대를 탄생시켰다. 역방향 자리는 어지러움이나 구토감 등을 못 느끼도록 설계됐다.
또 하나의 무기는 비즈니스 클래스(클럽 월드)와 이코노미 클래스(월드 트래블러 이코노미) 사이에 자리한 '프리미엄 이코노미'(월드 트래블러 플러스)가 32석 있다는 것. 2000년대 영국항공이 첫선을 보인 것으로 이코노미 좌석보다 7인치 넓다. 크게 세 가지 클래스로 구분되던 기내 좌석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런던까지 가는 피곤이 훨씬 덜하다.
이코노미 클래스 또한 해먹 스타일처럼 머리를 기댈 수 있게 디자인한 신세대용 객실을 준비해 매년 1000만명 이상의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히스로 '최첨단 터미널5' 이용도 장점
영국항공 티켓이 있다면 누릴 수 있는 서비스 중 하나는 런던 히드로 공항의 '최첨단 터미널'로 유명한 터미널5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2008년 문을 연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 전용 터미널로 출국 게이트에서 신속히 이동해 식사와 쇼핑을 하거나 쉴 수 있게 배려했다. 영국항공이 6000만 파운드(약 970억원)의 비용을 들여 마련한 터미널 내 6개 라운지는 터미널의 꽃이다. 2500명을 수용하는 이 곳은 샤워룸과 세면장, 스파 등을 갖췄는데 인테리어부터 서비스까지 호화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