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페이스샵의 명동 스카이파트 호텔 컨셉 플로어
13일 오후 서울 홍대 앞 카페 '에이티폭스'. 카페에 들어서자 왼편에 각종 화장품이 진열된 파우더룸이 시선을 잡아끈다. 티 칵테일·디저트 등 먹거리는 물론 기초 화장품에 세면대까지 마련된 이곳은 '파우더 카페'로도 불린다. 대학생 최수빈(22·여)씨는 "맛있는 차와 디저트를 먹으면서 공짜로 화장도 할 수 있어 친구들과 자주 들른다"며 "여기서 써보고 구입한 제품이 꽤 된다"고 말했다.
불황 속 뷰티업계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여성들의 구매를 이끌기 위한 '이색 체험존' 경쟁에 한창이다. 이제는 '재밌어야 지갑이 열리는' 시대다.
단순히 제품만 써볼 수 있는 '테스팅 바'의 개념을 넘어, '디저트 뷰티 카페'나 '코스메텔(코스메틱+호텔)'처럼 소비자들이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을 눈으로만 보며 구입하는 시대는 갔다"며 "고객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하는 체험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뷰티 브랜드 에이티폭스가 지난해 말 연 에이티폭스는 화장품과 카페를 접목한 형태다. 매장은 '차(茶) 화장품'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티 칵테일을 마시며 화장품을 직접 써보고 살 수 있는 '체험 스토어'로 꾸몄다. 에이티폭스의 황혜진 마케팅 과장은 "체험 매장을 연 뒤 온라인으로만 판매했을 때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며 "지금도 차를 마시러 왔다 화장품을 사가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코리아나도 새로운 스타일의 '코스메틱 바'를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에 선보였다. 언뜻 트렌디한 카페처럼 보이지만 코리아나의 '제니스웰'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고객들이 테스트 제품을 발라보는 사이 매니저는 유기농 차를 내온다. 제니스웰 관계자는 "여성들이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조성했다"며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자연스럽게 매출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관광객 겨냥 코스메텔 등장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호텔 룸을 뷰티 브랜드 '체험존'으로 꾸민 '코스메텔'(코스메틱+호텔)도 등장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쇼핑의 메카' 서울 명동의 호텔 스카이파크에 '더페이스샵 룸'을 만들었다. 9층 복도와 비즈니스 센터에 더페이스샵 로고를 노출하고, 24개 객실에 베스트셀러 화장품을 비치해 체험 기회를 제공한 것. 이 호텔에 투숙 중인 한 일본인 관광객은 "평소 더페이스샵을 좋아해 콘셉트 룸을 미리 예약하고 왔다"며 "낮에는 명동 로드숍에 들러 지인들의 선물도 한 꾸러미 샀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명동 호텔 스카이파크III에 에뛰드하우스를 테마로 한 '프린세스 스위트 룸'을 운영 중이다. 동화 속 공주 침실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에 웰컴 선물로 에뛰드의 마스크팩, 네일 컬러 등을 마련해 여성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해외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광고를 하는 것보다 외국인들이 애용하는 호텔을 중심으로 '체험존'을 꾸미는 게 비용 대비 훨씬 효과적"이라며 "특히 제품 체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인식시켜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