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일주일 전, 한국의 대통령이 바뀌었다. 그런데 주말에 밀린 일주일치 신문을 한꺼번에 보면서 좀 이상했던 것. 왜 기업들은 앞다투듯 대통령축하광고를 일제히 하는지?
뭘 모르는 소리, 청와대에 잘 보이려는 기업들의 '관행'이라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마치 상가에 조화를 보내고, 승진한 이에게 난을 보내고, 추석때 거래처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만큼 자연스럽다는 듯이.
흥미로운 것은 가령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되었을 때 베네통사가 게재한 광고는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측면을 활용해서 모든 인종간의 평등을 기원하는 자사 컨셉을 부각시킨 기업홍보의 측면을 영리하게 잘 살린 마케팅적 광고였다.
그러나 한국의 축하광고들은 태극기와 무궁화, 혹은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의 대통령을 담은 순도 백 프로의 축하광고로 보였다. 베네통광고가 오바마대통령을 팝아트식으로 표현하고 그의 얼굴도 핑크로 색칠하는 등 '장난'을 친 것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 취임광고들은 창의성보다 예의를 갖췄다. 하물며 대통령의 사진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이라도 한 듯 했으니, 대통령의 사진이 실리는 광고의 시안들은 어떤 특별한 기준과 과정으로 컨펌받을지 궁금했다.
새 정부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싶다면 취임시 일간지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될까도 더불어 궁금했다. 잘 보여야 할 상대에게 경사가 생기면 어쨌든 '얼굴도장' 을 한 번이라도 찍어 어필해야 찝찝하지 않은 우리내 관습때문일까? 청와대 안의 누군가가 어느 기업이 어디에 얼마어치의 취임축하광고를 집행했다는 기록이라도 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을 대통령이 보고받고 설마 어디는 기특하고 어디는 꽤씸하다 판단을 내리진 않을 것이고. '갑'에게 한 번이라도 눈에 띄고 싶은 '을'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대개는 하기 싫지만 남들 다 하니 일단 찍히면 안 되니까 안 할 수가 없지,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러한 일들이 우리네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써놓고 보니 나도 결혼식 후, 유난히 축의금을 많이 낸 사람과 유난히 이상한(?)액수를 낸 사람만은 희한하게 기억에 남긴 하더라.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