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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1062번째 수요집회



서울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학병원에 가면 건물들 사이에 '실험동물 공양탑'이라는 작은 비석이 한 개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지난 1922년 일본인들이 의학 실험에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겠다며 세운 것이다.

말 못하는 짐승을 위해서도 공양탑을 세웠던 이들의 마음을 자비롭다고 해야 할까?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의 상황을 보면 곧이곧대로 동의하기 힘들다. 이틀 전인 지난 2월 20일은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확히 1062번째 '수요집회'를 연 날이었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삭풍이 부는 거리에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기간 동안 집회를 거듭하는 이유는 지나간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몰염치함 때문이다. 일본은 유엔 인권위원까지 나서서 법적 책임을 촉구했지만 아예 무시해 왔고, 피해 할머니들의 개인 청구권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협상 제안마저 묵살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군'위안부' 동원 사실 자체를 부인는 이들이 고위직에 앉아 있을 정도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식민지 지배의 그림자는 아직 걷히지 않았다.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살아계신 피해 할머니들은 이제 몇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평균 연령이 여든 여섯이나 된다. 일본은 이런 피해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뜰 때까지 버티려는 속셈일까? 고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있는 공개증언 직후인 지난 1992년 1월 8일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자그마치 20년이 넘도록 집회를 열어오고 있지만, 그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자신들의 위신에 해가 될 것 같은 일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지난 2011년 말 1,000번째 수요집회를 맞아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세운 '소녀상'에 대해 "양국의 외교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생명과 역사를 대하는 일본의 지극히 이중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무려 1062회에 이른 수요집회는 과연 언제쯤 끝이 날까. 아마도 일본의 합당한 사과나 배상이 있기 전까지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사관 앞의 '소녀상'은 동물의 넋을 달래겠다고 세운 동물실험 공양탑에 대비되어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는 일본을 낱낱이 고발하는 영원한 증표가 될 것이다.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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