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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 앤 페이스트

자주 내리게 되는 강남의 한 전철역의 전광판 광고나 강남을 주로 관통하는 버스외부광고를 보노라면 정말 성형외과 광고가 많구나 싶다. 광고카피도 매우 효과적으로 노골적이고 자극적이고, 특히 지하철역 내의 전광판 광고의 경우는 성형수술 전과 후 라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광고 비주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감상은 여러 가지. 첫째, 와, 사람이 저렇게까지 변할 수 있냐, 둘, 성형하기 전이 차라리 나은데? 그리고 셋, 대관절 저렇게 얼굴을 노출하고 모델료는 얼마나 받았을까. 저렇게 얼굴을 만천하에 노출할 바에야 성형수술을 하는 의미가 있을까 싶은 못된 생각도 들었다.

지하철에서 바깥으로 나와 성형외과가 밀집해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아까 전에 지나친 여자를 방금 또 지나친 것 같은 기시감도 든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부근의 피부과에 가면 접수안내원과 간호사, 오가는 여자손님들에 이르기까지 비슷비슷한 느낌이 나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영화 에서 등장한 공장에서 찍혀 나온 복제인간이 문득 생각났다. 담당의사는 아토피 피부염 약을 처방해준 후, 묻지도 않는데 내가 어딜 손봐야 한다고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나의 객관적 단점을 조목조목 친절히 분석해 주신다. 그런데, 당신이 말씀하시는 그 단점, 실은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그 어떤 여자라도 '예쁘다'는 칭찬을 거부하긴 힘들다. 적절한 성형시술로 오랜 콤플렉스를 극복해서 삶이 더 긍정적이 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다만 아름다움의 기준이 점점 좁혀지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다시 나온 여자연예인은 거의 예외 없이 조금씩 변해서 돌아온다. 나는 서서히 우리 모두가 조금씩 생각과 얼굴이 서로를 닮아가는 이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다. 가뜩이나 동네마다 일정 비율로 같은 브랜드의 빵집, 편의점, 모바일 상점, 김밥집이 '카피 앤 페이스트'처럼 무한반복 되어 시야가 지루해져가는 이 판국에 말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의 얼굴처럼 제 각각이고 그래서 흥미로운 것이 이 세상에 또 어디가 있단 말인가?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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