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우리사회에 황혼이혼이 심각한 수준이 되어 버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젊은 층의 이혼율은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반면 결혼 20년차 이상 중장년층 부부들의 황혼이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황혼이혼 비율은 지난 20년 사이에 19.6% 포인트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지난 1990년에는 5.2%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24.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의 오류로 어느 정도 과장됐다고 해도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혼율이 OECD가맹국 가운데 제1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판에 이 같은 현상을 보여 충격적이다. 황혼이혼 사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경제적인 문제 △배우자 부정 △가정 폭력 △성격 차이 △소통부재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지금까지 자녀들 양육문제로 서로가 잘 참아오면서 살아 왔지만 이제는 핵가족화로 이러한 '제동장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혼을 제기하는 쪽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황혼이혼 급증은 여권신장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갈수록 늘어나는 황혼이혼은 새로운 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머지않은 장래에 세계에서 노인비율이 가장 높은 노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판국에 2025년에는 3가구 가운데 하나가 1가구가 독거노인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황혼이혼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예기치 않은 재앙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할 것이다. 그저 '사회적인 풍조'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누구나 결혼을 할 때에는 "죽는 날까지 고락을 함께 하겠다"고 서약하면서 출발한다. 이러한 약속이 이런 저런 사유로 깨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황혼이혼을 줄일 수 있는 방도가 있겠지만 우선 당사자들이 이혼 이후의 생활을 보다 심도 있게 인식해야 한다. 이혼한 사람들 대부부분이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자녀들이 부모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닐 수 있도록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 또한 종교계에서도 황혼이혼을 줄이도록 '가정지키기'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 정부에서 벌이고 있는 복지정책운용에 있어 황혼이혼을 자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 지자체 또한 '행복한 부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교양강좌를 열 필요가 있다. 여기에 훈훈한 이웃의 정서가 살아나 앞장서서 도우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