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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의 풍경

매년 초 생일을 맞이하는 일은 조금 착잡하다. 나이를 더 먹어서가 아니다. 솔직히 이십대나 삼십대보다 사십대에 갓 진입한 내 모습이 훨씬 좋다. 내가 고역스러운 것은 생일에 맞춰 대학병원의 갑상선 정기검진을 맞춰놨기 때문이다. 스무 살 부터 시작해 여태까지 네 번의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낙관적이어도 네번째가 마지막이라고 장담못했다.

지금도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맨 먼저 하는 일은 갑상선 호르몬제 한 알을 꺼내 먹는 것이다. 이따금 졸린 아침엔 아까 전에 복용했는지 금새 잊어버려서 불안한 나머지 한 알을 무조건 더 복용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태풍뉴스가 나오면 식료품 사재기보다 약통에 더 신경 썼다. 여행이라도 간다면 약을 분실할까봐 약통을 최소한 두 개의 가방에 나누어 담아갔고 그것도 모자라 바지 호주머니에도 몇 알 넣어갔다. 평생 그 작은 약의 노예가 되겠지만 그것 없이는 죽으니 어쩔 수가 없다.

정기검진가는 것이 정말 우울했던 데에는 이유가 또 있었다. 십 년 넘게 봐온 주치의는 내가 매해 갈 때마다 높은 분이 되었고 그럴수록 그의 주변엔 사람이 많아졌다. 긴장된 마음을 부여잡고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가면 그는 반가워하면서 나처럼 재발이 거듭되는 케이스는 아주 드문 희귀케이스라며 진귀한 표본 다루듯 자랑스레 뒤에 서 있는 레지던트들에게 자랑했다. 굴욕이라 느끼면서도 내가 의지할 것은 그들 밖에 없다는 현실이 더 힘들었다. "걱정하지 마. 또 생기면 또 수술하지,뭐." 그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다가 몇 해전, 나의 명의 주치의가 학회를 가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다른 의사가 진료를 보게 되었다. 진료실엔 긴장감이 맴돌지 않았다. 무엇보다 의사는 나를 특별'케이스'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대했다. 그 의사가 젊고 잘 생겼다는 말을 굳이 안 하겠다. 다만 그가 부드럽고 밝게 '괜찮다'고 말해준 순간부터 나는 그간 오랜 세월 나를 눌러왔던 심리적 압박에서 단숨에 벗어났다. 그 날 이후, 나는 담당의를 바꾸었고 별 일 없이 잘 산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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