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한 달이 지나도록 깊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박기춘 의원을 원내 대표로 선출한데 이어 문희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으로 뽑아 비대위를 출범시켜 그런대로 위기관리 모양새는 갖췄다. 그러나 비대위의 행보를 보면 민주당이 새롭게 변신할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뼈를 깎는 아픔으로 참회한다"면서 비대위를 발족시키기는 했다. 그렇지만 비대위의 위기관리 자세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종전 한나라당의 '천막 당사'나 새누리당의 변신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대선 패인을 정확히 분석해 민주당의 진로를 개혁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정통 야당으로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강령을 새로 만들고 인적쇄신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기미는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총선 패인 보고서도 '대외비'로 삼아 연말 대선의 필승카드로 삼지 못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의 패인도 나름대로 분석하고 거듭날 수 있는 대안이 세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원래 위기를 맞게 되면 환자와 마찬가지로 정밀진단이 이뤄지고 처방이 내려져 치료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당의 지도부는 상징적으로 대선패배의 잘못만 인정하고 있을 뿐 아무런 실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대선 기간 중 이명박 정부의 빵점 정부와 박근혜 후보의 공동책임론을 비롯해 NLL문제를 둘러싼 입장, 경제 민주화를 내세우면서 펴낸 재벌개혁론, 박근혜 후보를 유신잔존세력으로 정의하고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세력으로 규정한 점, 포퓰리즘에 가까운 '무상시리즈, 통합진보당과 정서적 연대뿐만 아니라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 등 이슈관리는 잘했는가? 등등 패인으로 짚어볼 사안이 하나 둘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어설프게 '안철수 버전'에 매달려 에너지를 낭비하며 패배를 자초한 꼴이 됐다.
지금 민주주의를 꽃 피우는 선진국의 공통점은 '투쟁'에 의한 집권이 아니라 '경쟁'에 의한 집권방식이 정석이다. 민주당의 기본적인 정치노선이 여기에 걸 맞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바로 정치는 국민에 대한 '고도의 서비스 산업'이라는 점을 통감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당의 정치행태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돼 국정의 착실한 동반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진지한 입장에서 대안제시를 하며 이른바 정치 생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정통민주당으로 반드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