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의 침체로 인해 대한해운, STX팬오션과 같은 국내 대표 해운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로 나온 가운데, 전통적인 해운사인 SK해운 외에도 CJ대한통운과 같이 기존에 해운 사업을 주력으로 하지 않던 국내 물류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항만하역, 컨테이너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에 성공할 경우 내륙과 해상 물류를 연결한다는 입장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는 기존 내륙·항공 중심의 물류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적 추세인 '3자 물류 혹은 4자 물류 확대'로의 변화를 꾀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됐다.
특히 최근 대한해운과 STX팬오션 인수와 관련해 관심받고 있는 CJ대한통운의 경우, 3/4자 물류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얼마든지 해운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해운업계의 볼멘 성토를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물류업체들이 대부분 해운업을 주업으로 하지 않는 데다, 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2자 물류)에 치중하느라 국내 해운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3자 물류는 업체가 계열사 그룹 외부의 물량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일감 몰아주기'식 영업을 했던 그룹 계열 물류업체들에게 화두가 됐다. 가령 현대글로비스가 최대주주인 현대기아차그룹 외의 기업으로부터 수주를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4자 물류는 외부 업체가 해당 물류업체의 물량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물류 IT시스템과 그밖의 각종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포스코와 두산은 현재 삼성SDS로부터 물류 IT시스템 서비스를 아웃소싱(외주)으로 제공받아 관련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4자 물류는 또 기존 업체들의 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례로 CJ대한통운이 4자 물류 서비스를 하면, 자동차 업체로부터 부품 적시공급시스템 관리를 위탁받아 운영할 수 있다. 이번 인수전에서 뛰어든 것처럼 선박운송 관리를 맡을 경우, 관리만 하고 실제 운영은 다른 해운사에 일종의 하청 방식으로 맡길 수도 있다.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일종의 물류 컨설팅 개념인 셈이다.
세계 물류시장에서는 이미 이와 같은 통합 물류업체들이 자리잡았다. 그동안 3자 물류의 세계 50대 기업에 국내 업체 중 단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 들어 CJ대한통운과 CJ GLS의 합병이 발표되면서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오는 4월 1일에 CJ GLS를 흡수 합병한다고 지난 7일 공시하면서 글로벌화의 첫 신호탄을 울렸다. 이로써 국내 처음으로 자산규모 5조5000억원대의 종합 물류기업이 나타나게 된다.
양사의 합병 방식은 CJ(CJ GLS의 최대주주)가 CJ GLS의 주식을 물적분할해 페어퍼컴퍼니인 케이엑스홀딩스를 만들면, CJ대한통운이 케이엑스홀딩스에 자기주식을 교부하는 방식이 된다. 실질적으로는 CJ대한통운이 CJ GLS 사업영역을 흡수하면서 서비스 규모를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CJ대한통운은 4자 물류 영역의 서비스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CJ GLS는 4자 물류의 핵심인 물류 IT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풍부한 물류자산을 보유한 CJ대한통운에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현대·기아차의 지원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3자 물류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꾀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핫이슈였던 경제민주화가 현실화할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2자 물류에서 발생하던 구조를 3자 물류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매출 확대 차원에서 3자 물류를 추진 중"이라며 "글로벌 물류회사가 되려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