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짙은 화장을 잘 하지않는 직장인 김나진(27)씨는 요즘 화장품파우치 속에 분홍립스틱을 꼭 품고 다닌다. 최근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 남성이 "귀엽고 여성스러워 보인다"고 칭찬한 이후부터다. 김씨는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맨얼굴에 핑크색 립스틱만 바르고 나온 모습이 예뻐보여 따라하기 시작했다"면서 "밝은 분홍색은 마냥 촌스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세련돼 보여 업무 미팅 때도 즐겨 바른다"고 말했다.
'촌티 화장'의 대명사였던 분홍 립스틱이 새해 여심(女心)을 설레게 하고 있다.
MBC 드라마 '보고싶다'의 윤은혜,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소이현처럼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입술만 분홍색으로 강조한 스타들의 화장법이 주목받으면서 분홍 입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인터넷 블로그나 뷰티 커뮤니티에는 윤은혜가 바른 립스틱의 브랜드를 묻거나, 색상은 비슷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 립스틱을 찾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개 씩 올라오고 있다.
요즘 주목받는 분홍 입술은 소위 '꽃분홍'이라 불리는 색상이다. 진달래처럼 여릿한 파스텔톤 분홍이 아니라, 채도가 높아 눈에 확 띄는 '핫핑크' 빛깔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입술 색이 짙어진다'는 속설을 깨고 올 겨울 '잇 컬러'로 핑크가 떠오른 것은 불황을 극복하려는 소비자들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2013년에는 불황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낙관적인 색상'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색상이 뜰 것이라는 설명이다.
슈에무라 PR 매니저 김잔디 차장은 "전통적으로 경기가 나쁠수록 강렬한 빨간색 립스틱이 잘 팔리는데 올해는 미래와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행복과 안정감을 상징하는 핑크 계열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윤은혜 립스틱 품절 대란
새해 분홍 립스틱의 열풍으로 윤은혜가 실제로 사용한다고 알려진 나스의 '스키압'은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슈에무라의 '강남 핑크'는 기존 물량이 '완판'돼 다음 주 중에 새로운 제품이 입고될 예정이다. 특히 네이처리퍼블릭의 '에코 크레용 립 루즈 1호 캔디 핑크'는 윤은혜 립스틱의 '저렴이 버전'으로 주목받으면서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회사 홍보팀의 서진경 차장은 "출시된 지 꽤 오래된 제품인데 방송 이후 갑자기 판매량이 급증해 방송 전보다 600% 이상 올랐다"고 설명했다.
불황 속에 '알뜰 뷰티족'이 늘어난 것도 분홍 립스틱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립스틱 만큼 적은 비용을 들여 스타일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메이크업 아이템이 없어서다.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도 입술을 강조해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원포인트 메이크업'을 경기침체 속 새 트렌드로 제시하고 있다.
/박지원기자 pjw@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