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우리나라를 이끌게 된다. 막바지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표결과 초반부터 우세를 지켜 여유 있게 승리했다. 지난 87년 직선제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절반을 넘는 지지율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은 여러 가지 기록을 갖게 됐다. 우선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자 박정희 대통령의 딸로 첫 부녀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의 뒤에는 절반에 가까운 반대표를 던진 국민이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 지금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깊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4·11총선 패배에 이어 이번 대선패배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친노(親盧)와 비노(非盧) 사이에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야권 재편론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대선 날 미국으로 떠난 안철수 전 후보의 행보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어느 대통령보다 야당과의 상생과 화합이 1차적인 과제가 된다. 다행히 문재인 후보와 전화통화를 통해 협조를 요청하고 빠른 시일 안에 회동을 준비하고 있기는 하다.
주목되는 점은 이번 대선에서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과 호남을 빼고 13곳을 이겼다고 하나 세대 간 득표율이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30대에게는 거의 참패했다. 이는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에 박근혜 당선인은 우선 '패자의 마음'을 잘 읽어야한다. 3대 공약 가운데 하나인 국민대통합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 바로 이들을 껴안는 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자면 집권 내내 겸허한 자세로 늘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 이는 전체 국민사랑의 기본 정신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원칙을 잃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철학을 실천에 옮길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대선을 치르고 나면 승자와 패자 사이에 갈등과 반목을 더욱 키워왔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은 무엇보다 야당과 나아가 반대표를 던졌던 국민들과 원활한 소통으로 상생의 정치를 해야만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년간 보이지 않은 많은 치적을 올렸음에도 야당으로부터 실패한 정권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정치역량 결핍에서 비롯됐다.
친 인척이나 측근비리도 있었지만 의회정치를 외면한 채 집권 내내 소통부재로 시달려왔다.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면 또다시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상생의 정치는 더불어 살 수 있는 마음의 문부터 열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