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한 주는 대개 '버리기'로 바쁘다. 한 해 동안 한 번도 안 입은 옷을 친구들에게 주거나 버리고, 소장하고 싶지 않은 책들을 중고서점에 팔고, 아이가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이웃엄마들에게 주거나 버린다. 냉장고 정리를 하며 부엌살림도 대거 처분한다. 버리면 버릴수록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면서 동시에 이 물건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한숨도 난다.
나이가 들수록 물질적인 것이 주는 기쁨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선물 받은 상품권을 가지고 백화점에 가도 촌스러워서 대개 빈 손으로 돌아왔다. 굳이 정말 필요한 물건도 없는데 '내가 왜 이 물건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혹하기보다는 그 물건의 노예가 되는 느낌이 싫었다. 이렇게 물건을 사들이는 것에 전반적으로 인색한 나도 역시나 연말에 주변을 둘러 보면 필요한 것 이상으로 물건을 과잉소비 했구나 싶다. 사실 지금의 시대는 과도한 소비가 너무 당연시되고 있다. 가격비교도 하고 품질도 꼼꼼히 따진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 역시도 소비를 권장하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이 되면 덜 소비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물건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그 습성은 여러 삶의 습관으로 확장되어 나간다. 시간을 아껴서 쓰게 되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과감히 버릴 수가 있어지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배고플 때만 먹게 된다. 과잉은 늘 삶을 피곤하고 복잡하게 하는 반면, 삶이 '빼기'를 더할수록 희한하게 삶은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진다. 심플해지는 것은 정말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재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물건에 사로잡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면, 내 자신에 대해 쓰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내 몸을 더 돌보고 마음 속을 더 정리하며 내가 가진 가능성을 재발견할 수 있는 의욕이 샘솟는다. 삶에서 가능한 한 물질적인 것을 배척하는 것, 그것은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일지도 모르겠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