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8시 '반미니' 급벙!"
'띠링'하고 카카오톡 메시지가 뜨자 대학생 김영준(24)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달리기 동호회에서 보낸 암호같은 이 메시지는 '반포 미니스톱 편의점(반미니)'에서 만나 한강공원을 달리자는 뜻. '반미니'는 러너들끼리 통하는 줄임말이다.
김씨는 "한강공원 반포지구 내 미니스톱(편의점)은 각 도심 지역을 연결하는 곳인데다 점포 옆에 운동장이 있어 러너와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가장 '핫'한 만남의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달리는' 사람들의 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함께 달리는 것만으로 설렌다'는 러너와 라이더들에게 추위따위는 문제가 안 된다. 그들에게 달리기는 스포츠라기 보다 함께 하는 문화이자 놀이다.
러너보다 이동이 자유로운 라이더들로 '반미니' 앞은 밤늦도록 '사랑방'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서울 끝에서 달려 온 자전거족들도 이 곳서 잠시 쉬었다 간다. 한강 자전거동호회 김성식 부회장은 "많은 라이더들이 반포 미니스톱과 여의도, 행주산성에서 쉰다"며 "라이더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찾은 반포 미니스톱 앞. 오후 8시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바람막이와 레깅스 차림의 러너들, 헬멧·마스크로 얼굴을 감싼 자전거족들이다. 이들은 둘, 셋씩 짝을 지어 운동을 시작했다. 한 켠에서는 치킨 파티가 열렸다. 자전거 동호회 '싱싱 로드' 회원들의 뒷풀이 자리. 직장인 한정완(33)씨는 "가끔 라이딩을 마치고 '반미니'에서 간단하게 야참을 즐긴다"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재미가 생활에 큰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반포지구에서 대학생 백상흔(사진 왼쪽)씨와 직장인 허영재씨가 달리고 있다. 신화준 기자 shj@metroseoul.co.kr
◆ "제대로 갖춰 입고 달리자" 새로운 문화 정착
한겨울에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로 스포츠브랜드들은 함박웃음이다. 젊고 개성이 강한 '반미니족'들이 복장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서다. 러닝화보다 좀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돕는 기능성 의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나이키코리아 러닝브랜드 매니저 최수연 차장은 "최근 기능성 러닝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 올해 의류 매출이 지난해보다 4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겨울철 이른 아침이나 한밤 중에도 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보호기능을 더한 '러닝 라인'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반사체를 붙여 어둠 속에서도 눈에 잘 띄도록 한 나이키 '쉴드 러닝 컬렉션', 보온 소재 안감을 사용한 아디다스 '클라이마웜 레볼루션' 러닝화 등이 대표적이다.
운동에 관심 없던 젊은층까지 '달리기 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 '나이키+' '아디다스 마이코치' '로드 바이크 사이클링' '자전거 GPS 속도계'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달린 거리·속도·에너지 소비량을 바로 측정할 수 있어, 지루한 러닝과 라이딩이 재밌는 '게임'이 된다. 자신의 기록을 친구들과 비교할 수 있어 은근한 경쟁심까지 유발한다.
5km·10km를 달리는 캐주얼한 러닝 대회가 많아지는 것도 '반미니족'들이 불어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러닝대회는 콘서트나 파티 등과 접목한 20~30대의 '축제'가 돼가는 모양새다.
아디다스 브랜드디렉터 강형근 상무는 "최근 열린 부산 레이스 참가자 중 20대가 80% 가량을 차지했다"며 "특히 제대로 갖춰 입은 러너들이 늘어난 것을 보고 러닝이 또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박지원기자 pjw@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