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로또를 처음 구입했다. 당시 온타리오호수를 바라보면서 고요함과 평온함에 이끌려 토론토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로또에 당첨돼 영주권을 받는 것이었다. 2주 동안 두 번 로또를 샀는데, 추첨을 기다리는 동안 막연한 설렘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국내에 로또가 등장한지 10년을 맞았다. 모르긴 해도 엄청난 사람들에게 짧은 기대를, 더 많은 사람에게 불운에 대한 실망을 안겨줬을 것이다. 가끔 뉴스를 보면 1등 당첨자의 인생역전이 아닌 악몽발현을 접하게 된다. 느닷없이 생긴 많은 돈에 따라 붙는 불운에 대한 얘기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복권 당첨자가 겪는 현상인 듯 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복권 비당첨자는 불운한 게 아니라 오히려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복권을 사더라도 '맞으면 좋고' 정도의 기분전환용, 누군가의 말처럼 추첨일까지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용일테니까. 인생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복권을 사는 사람은 없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곧 올 거라는 불안함 때문에 구입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최근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의 부류를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좌불안석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부류다. 이 사람들은 복권 1등 당첨의 저주에 대한 기사를 너무 많이 접한 탓이다. 두 번째는 말 그대로 좋은 일에 기꺼이 쓰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당첨금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대신해 사용하게 된 돈이라 믿는 부류다.
복권 당첨 사실을 동료나 친구는 물론 부인이나 남편에게조차 알리지 않는 사람은 행운을 거머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산산이 조각낼 시한폭탄을 끌어안게 된 셈이다. 당첨 즉시 사용처를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삶에 로또를 또 다시 잉태하기 마련이다. 나가 아닌 타인을 향해 열린 마음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고, 시간이 갈수록 더 크게 빛나기 때문이다.
복권은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의미한 활용법으로 복권을 대하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우리의 로또는 가슴 안에 들어 있는 사상일테니 말이다.
/박상진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