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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이외수·윤구병·정지영·이수호의 '모월당 하룻밤'

재를 두 번이나 넘어 오르내리는 길은 가팔랐다. 차가 끙끙거리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누가 몸이 제일 무거운 거야"라는 소리로 들린다. 세상의 짐을 지고 가는 이들이 탔으니 그렇지 않겠느냐 하니 다들 박장대소다. 화천 산골짜기 감성마을의 별은 투명한 공기를 타고 우리의 시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트위터 문학교실'이 한창이다. 창문 밖에서 보니 20대가 대세를 이룬 수강생들이 '모월당(慕月堂)'에서 스승의 말에 온통 빠져 든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음(陰)은 양(陽)을 기르는 시간입니다"라는 이외수의 말이 귀에 꽂힌다. 고통의 시간이 희망을 잉태하는 역사가 된다는 의미다. 음과 양이 나뉘어 쪼개진 것도 아니고 단순히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음 안에 양의 계기가 있으니 어두운 시절을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 알라는 가르침이다. 지독한 가난과 끝없는 방랑의 시간을 지나온 이의 육성이니 누가 시비를 걸 수 있을 것인가?

이외수가 쌀 한 톨 없이 지낸 궁벽(窮僻)의 시절, 쌀 한 가마니를 지고 그의 집에 들어섰던 철학자 윤구병은 지금 변산 공동체 학교를 세워 흙과 마을을 일구고 있고, 동화작가로, 보리출판사 대표로 활약한다. 일흔이 된 나이가 무색할 지경의 열정과 강건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의 혼을 뒤흔드는 촌철살인의 유머로 좌중을 들었다 놓는다.

영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의 감독 정지영이,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한껏 띄운 윤구병과 이외수에게 "오디션 통과!"를 외치며 즉석 캐스팅 예약을 하자 모두 웃음바다에 익사할 지경이 되었다. 이 개성 만발한 인물들이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서울시 진보교육감 단일후보로 나선 이수호에게 춘천교대 출신인 이외수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어떻게든 돕겠다고 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이수호를 아끼는 윤구병이 그에게 격려의 잔을 권하며. 출판과 교육의 이음새를 강조한다.

이렇게 한 자리에 있기 어려운 이들이 감성마을 모월당에 한꺼번에 모여 앉으니 문학과 예술, 영화와 교육, 출판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편의 멋진 다큐멘터리가 된다. 생태 동화 '백로 마을이 사라졌어요'로 세 개의 우수도서 선정을 받은 권오준이 새를 찍어댄 카메라로 우리 일행을 연신 찍는다. 그 바람에 우리는 모두, 새가 되었다. 사라질 수 없는 새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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