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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어릴적 비행기의 추억

지금 이 원고를 쓰는 나는 외국에 와 있다. 꽤 오랜 만에 비행기를 탔다. 어렸을 적엔 아버지의 해외근무 덕에 비행기를 질리도록 탔었다. 해외여행 자율화가 안 되던 그 시절이라 친구들의 부러움도 많이 샀다.

하지만 모든 것은 늘 상상하는 편이 더 근사하고 낭만적인 법이다. 나는 베낭메고 양 옆에 나일론가방을 두 개씩 주렁주렁 들거나 엄마 아빠가 이끄는 '이민가방'을 뒤에서 밀고 다녀야했다. 이주의 개념이니 최대한 짐 붙이는 데 초과비용을 내지 않으려고 온 가족이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이코노미 자리로 가서 뭔가 세련되지 못한 짐꾸러미를 좌석 위 보관함에 꾸역꾸역 쑤셔 집어넣을 때도 좀 부끄러웠다. 훗날 어른이 되어 비행기 탈 때 여행짐을 안 갖고 타는 것이 나의 소소한 장래희망이 되었다.

부담스런 짐들을 낑낑 들고 부산스럽게 이코노미석의 내 자리 찾아 비즈니스석을 통과해야 했을 때, 널찍한 비즈니스석에서 이미 먼저 편하게 앉아 밖을 쳐다보고 있거나 책 읽다가 이 쪽의 소음에 힐끗 놀라 쳐다보던 백인남자들의 우드계열 향수콜론 냄새와 무기질적인 미소도 생각난다. 비즈니스석을 반드시 통해야 이코노미석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에는 모종의 상징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퍼스트 클래스가 '아예 넘볼 일 없는 것처럼' 시야에서 애초에 차단되어 있는 반면, 비즈니스 클래스는'네가 노력하면 나중에 여기 앉을 수도 있어'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했다.

또한 식사시간엔 스튜어디스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사이의 커튼으로 무자비하고 구분지었지만, 그럼에도 서운함보다는 지루했던 와중 '밥시간'이 왔음을 알리는 그 매몰찬 손동작에 몹시 흥분했던 것 같다. 대개 어느 기내식에나 따라나오는 찬 롤빵에 무염버터를 찍어먹으며 기내식은 대개 무얼 먹어도 참 맛있고 무얼 먹어도 옆자리 동행이 시킨 다른 것이 더 나아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덧 나는 여전히 기내식이 맛있음에도 어디 가서 기내식 맛있다는 얘기는 절대 안 하는 음흉한 어른으로 커버리고 말았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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