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 펀드 바람이 불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이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최근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이른 바 '박근혜 펀드'를 내놓기로 했다. 박 후보는 250억 원을 목표로 대선후보 등록일인 25~26일을 전후해 모금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후보의 가세로 유력 대선후보 세 명 모두 펀드 모금에 뛰어든 셈이다.
앞서 문 후보는 지난 달 22일 1차로 '문재인 담쟁이 펀드'를 내놔 사흘 만에 목표액인 200억 원을 모았다. 안 후보도 지난 13일 280억 원을 목표로 '안철수 펀드'를 출시해 현재 120억 원을 넘겼다. 두 후보가 제시한 금리는 대체로 연 3%선이다. 선거에서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법정한도 내의 선거비용은 전액 보전해주기 때문에 이들의 경우 원리금 상환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이처럼 앞 다퉈 펀드 모금에 나서는 데는 선거자금을 마련하다는 것 이상의 다른 목적이 있다. 단순히 돈이 없어서 펀드를 출시하는 게 아니다. 공개적인 펀드 모금을 선거 캠페인의 한 방법으로 활용해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거두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선거자금도 조달하고, 동시에 지지자는 물론 중도층까지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사실상의 선거 운동이라는 얘기다.
정치인 펀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시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가 도입한 것이 첫 사례다. 유 후보는 3일 만에 41억 원을 모아 화제를 낳았다.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도 펀드를 만들어 47시간 만에 거뜬히 목표액 39억 원을 모았다. 올 4·11 총선에서도 강기갑, 강용석 등 지역구 후보 30여 명이 모금에 성공하면서 이젠 하나의 선거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양상이다
정치인 펀드는 선거자금의 투명한 모금 등 장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한 펀드투자상담사가 며칠 전 '정부 인허가 없이 불특정다수로부터 모금을 하는 유사수신행위'라며 부산지검에 문 후보를 고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또 하나 투자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약점이다. 실제로 4·11 총선 때 펀드를 모금했다가 15%미만의 득표율로 낙선한 일부 후보가 원리금을 약속한 기한 내에 돌려주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대선 후보들의 펀드 경쟁, 과연 어느 후보에게 펀딩한 투자자가 더 크게 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