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피에로의 시선

자신을 스스로 '피에로'라고 부른 지식인이 있었다. 광대라는 이야기인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면서도 자신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왜 그랬을까? 세상이 희망을 가지게 되려면, 누군가는 절망을 깊이 끌어안고 내적 격투를 벌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세상을 보는 시선의 삐딱함'이었다. '삐딱함'이란 대세를 이루는 생각과 정면으로 맞선다는 뜻이다. 때로 그러한 태도가 조롱을 받을지언정, 그는 이 역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피에로의 이름은 정운영이다.

'정운영의 100분 토론'은 본격적인 토론 방송의 효시라고 할 만 하다. '100분토론'의 명성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이제는 고인이 된 그가 그 긴 손가락으로 턱을 괴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그립다. 뛰어난 경제학자로서 대중을 위한 칼럼을 통해 사회적 발언을 했던 정운영의 활약은 토론의 장에서도 빛났다. 그는 토론자들이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여유를 주면서 흐름이 뒤틀리지 않게 적절하게 개입해 들어가는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이었다. 빛나는 카리스마였다.

정치적 억압이 오래 계속 되면서 토론이 부재했던 시절, 정운영은 격정 토론의 재미와 논쟁 과정이 갖는 중요성을 일깨우는 지식인으로서의 임무를 즐겁게 해냈다. 그 임무의 의미란 무엇일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인류의 삶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래도 전 보다는 나아질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떤 지적 능력의 탁월함 때문일까? 아니다. 당대에 대단하다고 여겨진 사람도 지금 보면 틀린 생각과 행동을 했던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볼 때 인류의 생각과 행동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면? 그건 자신의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인간은 토론과 경험에 의해 자신의 과오를 고칠 수 있다.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경험을 올바로 해석하자면 토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잘못된 생각과 관행은 사실과 논쟁 앞에서 점차 그 힘을 잃게 된다. 토론을 통해 우리는 옳은 의견 못지않게 그릇된 의견을 통해서도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서 밀은 "현명한 사람치고 이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지혜를 얻은 사람은 없다"고 결론 내린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얼마나 현명할까?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