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권기봉의 도시산책] 옮겨지는 배수로, 사라지는 역사

구한말의 서울 명동은 해외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창구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명동성당이다. 애당초 조선 왕실에서는 궁궐보다 높은 건물이라는 이유로 성당 건축에 반대했지만, 결국 서양 세력을 등에 업은 명동성당은 지금의 그 자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지금이야 주변 건물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아니 해방 뒤 한국전쟁 때까지만 해도 명동성당은 주변 어떤 건물보다 우뚝 솟아 있었다.

지난해 10월 말, 명동성당 주변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구한말의 근대적인 '배수관로'가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중심 배수로 1기와 그것에 연결된 배수로 3기, 그리고 앞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또다른 배수로 1기가 발견된 것이다. 몸체는 벽돌을 이용해 아치 형태로 쌓았고 바닥에는 얇은 돌, 즉 박석을 깔아 오염된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걸 막았다. 규모는 훼손된 구간을 제외하면 총 13.9미터에 달했고, 아래쪽 물길 폭은 약 70센티미터, 높이는 50센티미터 정도였다. 특히 이들 배수관로가 도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확인됐는데, 이를 통해 서울에 이미 19세기 말에 근대적인 배수시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구한말 도시 배수시설의 온전한 모습이 확인된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중요한 역사유적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명동성당이 이 땅을 재개발하면서 고층빌딩 두 개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천주교가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지 않는 것을 대가로 재개발 허가를 얻어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고, 재개발 공사 과정에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는 등 잡음은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물론 이번에 발굴된 근대식 배수관로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보존 전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한 작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제자리를 떠난 유물이 그 역사적 생명력을 온전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올해는 지난 1898년 명동성당이 완공된 지 꼭 114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데 오늘... 명동성당, 나아가 한국 천주교 역사상 '제2의 거룩한 축성'은 서울의 도시사를 증언해주는 역사 유적을 밀어낸 채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