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골목시장에서 정육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병우(오른쪽)씨와 매형 이덕배씨가 오후 5시에 맞춰 '타임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젊은 사장 유씨는 자양골목시장 내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도정환기자 doremi@
11일 서울 자양동의 자양골목시장. 오전부터 내린 비로 시장 안은 한산했지만 '삼호축산'은 금세 눈에 들어왔다.
청바지 차림에 헤드셋 마이크를 머리에 끼고 손님잡기에 한창인 상점 앞은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이 정육점의 젊은 사장인 유병우(29)씨는 이미 이 동네에서 유명인사로 통하는 억척내기다.
시장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자 직접 마트에서 일을 하며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배웠고, 정육점을 운영하던 형과 함께 이를 매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취업 대신 내가 잘할 수 있는 장사 배워"
다른 정육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적립 카드 시스템과 개별포장을 도입했고 고기 진열도 매일 바꿨다. 오후 5시에 시작하는 '타임세일'은 이 가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유씨는 "취업 대신 내가 잘할 수 있는 장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나니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이 눈에 보이더라"며 "시장도 이제 20~30대 고객을 끌어들일 때"라고 말했다.
청년 장사꾼들이 전통시장에 불어넣고 있는 젊은 기운이 후끈하고, 신선하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 치여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시장에 당찬 '사장님'들이 등장, 신세대다운 전략으로 불씨를 당기는 중이다.
◆ 타깃 맞춤형 찜닭집 열어 성공
서울 관악구 신사동의 관악신사시장에도 송승백(31)씨가 운영하는 찜닭집은 입소문을 타고 젊은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그는 '타깃 맞춤형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싸고 좋은 물건을 찾아 전통시장을 찾는 20·30대 알뜰족을 겨냥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까지 갖췄다. 문을 연지 2개월 남짓 된 이 가게는 하루 100여명 이상이 찾는 인기 점포가 됐다.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를 시행 중인 전주 남부시장은 매출이 20%나 늘어 벤치마킹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시장에 젊은 상인들의 공간인 '청년몰'을 열어 1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디자이너 잡화점, 보드게임방 등 개성도 뚜렷하다. 야시장이 열리는 주말에는 1500여명의 관광객들까지 몰려 시장에 활기를 돋운다.
전주남부시장의 하현수 상인회장은 "청년몰이 오픈하면서 전주남부시장의 나이가 확 어려졌다"며 "기존 상인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돼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만 가능한 획기적인 상품도 등장해 젊은 고객들을 모으기도 한다.
◆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 점심때면 북적북적
서울 통인동 통인시장의 '도시락 카페'는 점심 시간이면 인근 직장인들로 가득 찬다. 단돈 5000원으로 쿠폰을 산 뒤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반찬을 도시락 용기에 담아 먹을 수 있어서다. 이 시장 뷔페를 찾아 주말에는 800명까지 찾아온다.
정부도 젊은 시장 만들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지정·운영하고, 시장과 주변 관광지를 연계한 관광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의 김영기 팀장은 "창업을 고려하는 20~30대에게 높은 유동 인구가 확보돼 있고, 임대료가 저렴한 전통시장은 새로운 기회"라며 "다른 상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상생의 분위기도 청년장사꾼들에게는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