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혀졌던 '광우병 악몽'이 되살아났다.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과 SNS(쇼셜네트워크서비스)가 관련 댓글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서둘러 미국산 쇠고기 판매중단을 선언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는 검역중단 조치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시민들의 불안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2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 목장에서 사육된 젖소 한마리에서 소 해면상뇌증(BSE)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른바 '광우병'으로 알려져 있는 소 해면상뇌증이 미국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미 농무부 존 클리포드 수의학 담당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았고 사체는 주 당국이 관리하고 있다"며 "우유는 BSE를 옮기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게 위험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처는 2008년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한국 농림수산식품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한국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사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미국 쇠고기의 시중 유통을 잠정 중단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서둘러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에서 BSE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검역중단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며 관련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다만 "그동안 표본 개봉 방식으로 이뤄졌으나 오늘부터 모든 작업장별로 전면 개봉 형태로 검역수위를 격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는 달리 국내 대형마트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 제품에 대한 판매를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당분간 판매를 보류하기로 했고 이마트는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판매 보류 등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도 이날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했고, 현대·신세계백화점은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유통업체의 대응보다 못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야당·시민단체는 물론 여당까지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중단까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우리 국민이 촛불을 들었던 사안이다.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을 한다"고 강조했고 통합진보당은 "정부는 이참에 쇠고기 재협상을 통해 위생조건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D수첩' 광우병 편으로 곤욕을 치렀던 MBC 조능희 부장은 "촛불시위 당시 광우병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붙이며 탄압했던 정부와 언론은 사과해야 한다"고 일갈했고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광우'뻥'이라고 뻥을 치던 수꼴 여러분, 한 말씀들 하셔. 고견이 듣고 싶네"란 말을 트위터에 남겼다.

네티즌들의 목소리는 또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이제 그만"이란 반응에서부터 "청와대 식탁은 여전히 한우만 쓰시나?"라는 비난도 나왔다.

서울 광화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43) 씨는 "광우병 뉴스 때문인지 한우가 확실한지 묻는 손님이 늘었다"며 "서둘러 원산지 표시를 더 크게 써 붙였지만 손님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국명. 박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