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말썽을 피운 녀석들이 있다. 내뱉는 말들의 수준이 장난이 아닌데, 욕이 빠지면 문장이 되지 않는다. 이른바 '고삘이'들로, 대학진학을 앞두고 어떻게든 출석일수를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된 학교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모아 합창부를 조직하는 묘수(?)를 낸다. 전국 음악 발표대회가 개최되는 것을 기화로, 이 아이들을 내보내기로 계획을 짰던 것이다.
전공은 모두 개인기 위주의 국악인데 합창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아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수업을 빼먹은 아이들이 잘 따라나줄까? 게다가 합창반을 맡게 된 교사는 서양 음악 전공의 좀 어리버리 한 선생이다. 대부분이 여자아이들인 이들 가운데 아주 기가 센 녀석들을 다루는 일 또한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자, 이제 어떻게 될까?
국립전통 예술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두레소리'의 시작이다. 5월 초에 개봉이 될 이 작품에는 유명 연기자는 단 한명도 출연하지 않는다. 얼핏 독립 다큐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영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완전히 영화 속에 빠지게 된다. 교사들이나 학생들 모두 실제 교사나 학생, 또는 국악 예능자들이다. 그런데 그 연기에 현실감이 생생하게 넘친다.
뿐만이 아니다. 요즈음 인기를 끄는 K-팝이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매력과 감동을 준다. 무엇 때문인가? 소리 때문이다. 우리의 소리가 주는 그 강력한 흡인력과 구성진 가락, 그리고 십대 소녀들의 실력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서양 클래식에 길들여져 있던 합창부 담당 교사는 아이들의 소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음악을 바꾸어 나가고, 그러면서 새로운 소통이 이루어지고, 서로를 진정으로 아끼고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이 되어간다.
영화 '두레소리'는 그런 까닭에 폭력과 주입식, 스펙 만들기로 멍들고 있는 이 나라의 교육에 주는 일깨움이 크다.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소리를 내도록 이끌어야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을까? 좋은 교육에는,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의 인간관계가 핵심이다. '두레'란 무엇인가? 옛날 우리 농촌에서 함께 힘을 합해 공동의 과제를 풀어가는 조직이었다. 여기서 풍물이 발전했고 협력의 윤리가 성숙해져왔다. 그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감동의 인간관계가 생겨난다. '두레 소리'는 바로 그 삶의 표정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