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이 끝났다. 새누리당은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민주통합당은 참패했다. 통합진보당은 13석을 얻어 나름대로 선전했다. 자유선진당은 5석에 그쳐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무소속 역시 3석으로 미미한 성적이다. 이같은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유권자인 국민은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그래서 여당에 과반 의석을 주었다. 152석은 새누리당에서조차 기대하지 못한 수치다. 이처럼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다. 디도스사건,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악재 속에서 거둔 성공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선거 초기만 해도 제1당은 커녕 120~130석 정도 예상했었다.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 1인 체제로 선거를 치렀다. '선거의 여왕'은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야당의 정권심판에 맞서 안정론을 설파한 전략이 주효했다. 게다가 낮은 자세로 임했던 것이 승리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반면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까지 내놨다. 친노, 이대, 486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대표로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게 패배의 첫 번째 원인이다. 맺고 끝는 것을 하지 못한 채 끌려 다녔다. 선거 막판에 터진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은 한 대표를 수렁으로 몰았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김 후보를 내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선거 판세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127석은 기대치에 훨씬 못미친 결과다.
이처럼 선거는 희비 쌍곡선이 교차한다. 박 위원장은 다가올 대선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됐다. 당내에서는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바로 대선 체제로 들어갈 태세다. 승기를 잡은 만큼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지도체제를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마땅한 대선 후보도 부각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다간 또다시 정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루 빨리 전열을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여야는 8개월 뒤 대선에서 또 한 번 격돌한다. 새누리당은 총선의 여세를 몰아 대선 승리를 지키려 할 것이다. 야당도 그대로 물러날 리 없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진보 대 보수가 거의 반반이다. 따라서 유불리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범보수 48.26%(10,291,934표), 범진보는 48.56%(10,357,313표) 였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팽팽 히 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누가 승리할까.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