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일까.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이 최근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맞으면서 ‘위기국가’로 분류된 프랑스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 상승속도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당시보다 더 가팔라졌고, 주가 역시 금융위기 당시를 능가할 정도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와 국제금융센터,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3일 뉴욕시장에서 202bp(1bp= 0.01%)로 프랑스의 197bp보다 5bp 높았다. 한국이 205bp로 프랑스 202bp를 추월한 22일보다 프리미엄 격차가 더 벌어졌다. 프랑스 CDS프리미엄은 그동안 한국보다 20∼30bp 높았기에 프리미엄 역전 현상은 한국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 신용도가 나빠져 국외채권을 발행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들 위기의 덫에 걸려
환율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빨리 오르고 있다. 23일 현재 환율(1166.00원)과 추석연휴 직전 거래일인 9일(1077.30원)과의 차이는 88.70원에 이른다. 이는 리먼 사태 직전 영업일인 2008년 9월 12일(1109.10원)과 23일(1149.20원)의 차이 39.90원에 비해 훨씬 크다.
일별 상승폭도 강해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전날보다 30.50원 폭등했다. 19일에는 24.50원, 22일에는 29.90원이 각각 올랐다. 2008년 8월 상승폭이 가장 높은 날은 25일 16.40원이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 3년 전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은 지금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 속도 역시 리먼 사태 때보다 빨라졌다. 지난 8월 이후 최근까지 코스피 하락폭은 475포인트(21.9%)에 이른다. 지난달 1일 2172.31에서 이달 23일에는 1697.44로 떨어졌다. 이는 리먼 사태가 먼저 반영되기 시작한 2008년 5월 이후 하락폭인 502포인트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리먼 사태 때 502포인트가 빠지는 데 4개월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475포인트가 밀리는 데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개별 금융기관의 파산이었던 리먼사태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국가 전체가 걸린 위기라는 점이다. 게다가 한두 개 신흥국의 문제라면 과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처럼 IMF 등의 구제금융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만 지금은 복수의 선진국이 위기의 덫에 걸려있는 상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은 “리먼 때는 불안 요인이 민간기업의 부도였고 지금은 국가부도다. 국가마저 안 좋으면 금융시장에 안전판은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