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중국에서 살려면 프라이버시 포기해야 할까
외국인이 중국에서 사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다. 말이나 풍속이 달라서가 아니다. 주거 환경이 나빠서도 아니다. 오히려 주거 환경의 경우 더 좋을 수도 있다.
과거 비싸기는 해도 외국인을 위한 집단 거주지를 중국 당국에서 마련해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한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 기관이나 기업의 베이징, 상하이 주재원들이 입으로 불평해도 속으로 행여 남이 볼세라 조용히 웃은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외국인이 중국에 사는 것이 간단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당국의 감시와 이에 따른 프라이버시 포기 및 스트레스 때문이다.
어느 정도인지 언론사 특파원이나 대사관 직원이 직면하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행동이 중국 정부 당국의 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전화도 유, 무선을 불문하고 도청되는 것이 거의 기본에 속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믿을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가족 같이 대했던 기사나 가사 도우미들이 나중에 알고 보면 프락치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일반인이라고 자유롭지는 않다.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는 눈초리가 있다는 사실을 방심할 경우 아차 하는 순간 횡액을 당할 수도 있다. 특히 종교와 관련 있는 사람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중국 당국의 외국인에 대한 감시나 통제의 눈초리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상의 적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정보 전쟁에서 이기려면 자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은 엄청나게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외국인 관리를 느슨하게 했다가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중국 당국자들이 간혹 “우리는 외국인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에 빈말이 아니다.
징화스바오(京華時報)에 따르면 중국인들도 정부나 공안 당국에 의해 철저하게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피고인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아왔다는 사실이 검찰이 제시한 폐쇄회로(CC)TV 등의 각종 증거물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면 외국인에 대한 중국 당국의 자세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외국인들이 프라이버시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간이 부은 사람들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아직도 심심하면 화제에 오르는 상하이 스캔들의 주인공들이 순간적으로 새삼 떠오르는 것은 이같은 결론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것 같다.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