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상점 진열대에는 온갖 모양의 크고 작은 초콜릿이 다채로운 포장에 싸여 사랑의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다.
발렌타인데이는 세계적으로 연인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라는 식의 일본풍 발렌타인데이 습관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제과업자들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지만 역사적 배경과 상관없이 연인들에게는 소중한 사랑을 확인하고 키우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발렌타인데이=초콜릿 통한 여성의 사랑고백’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킨 일본 제과업계는 해마다 새로운 스타일의 초콜릿 바람을 몰고 왔다. 사랑하는 남성에게 ‘진심’으로 주는 ‘혼메이초코(本名チョコ·진심초콜릿)’, 마음에 걸려서 동료직원 등에게 ‘의리’로 주는 ‘기리초코(義理チョコ·의리초콜릿)’, 동성간에 ‘우정’으로 주는 ‘도모초코(友チョコ·우정초콜릿)’ 등 끊임없이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시장의 확대를 꾀해 왔다.
올해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는 여성들을 겨냥한 초콜릿 시장을 강화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일명 ‘조시카이초코(女子会チョコ·여자회초콜릿)’다.
2008년 무렵부터 등장한 신조어인 ‘조시카이(女子会·여자회)’는 여성들끼리만 모여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술자리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권리신장과 더불어 여성들만의 술자리가 점차 늘어나게 됐다. 마음맞는 여성들끼리 모여 자신들만의 이야기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기분전환하는 자리다. 학창시절부터 친한 친구들과, 혹은 회사내 동료들 4~5명이 호텔 스위트룸을 예약해 하룻밤 머물며 홀가분한 시간을 보낸다.
일본내 호텔들은 ‘조시카이’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도쿄의 한 유명 호텔은 여성 4명이 2개의 목욕탕을 갖춘 룸에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평일 숙박상품을 특별 판매하고 있다. 안락의자에 앉아 DVD를 보며 잡담을 나눌 수 있도록 배려했고, 성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 주제가 적혀 있는 주사위를 빌려주기도 한다.
‘조시카이초코’는 몇 년전부터 여성 친구들 사이에 유행해온 ‘도모초코’붐을 강화한 전략이다. 올해는 꽃과 동물을 본뜬 초콜릿 등 ‘귀여움’을 강조했다. ‘조시카이’에서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귀여운 초콜릿’을 전면에 내세웠다. 도쿄의 한 유명 백화점이 여러 가지 꽃모양으로 이뤄진 초콜릿 상품을 섞어서 담은 것은 한 예다. ‘귀여운 초콜릿’이외에 ‘작지만 고급스러운 초콜릿’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 백화점 업계는 올해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 이케부쿠로에 본점을 둔 한 백화점의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특설매장에서는 40%이상 판매가 늘었다. 홍보 담당자는 “올해는 발렌타인데이가 평일이라 회사동료들에게 주는 ‘기리초코’의 판매도 증가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여성들끼리 보내는 자유시간을 파고든 깜찍한 초콜릿’. 깊은 경제침체의 수렁에서도 빛을 발하는 일본인의 섬세한 마케팅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