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넷째로 넓은 중국에서 ‘캡슐 주거’ 바람이 불고 있다. 터무니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정상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 힘든 시민들을 겨냥한 ‘캡슐 아파트’ ‘캡슐 여관’ 등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제2도시 상하이에 캡슐여관이 문을 열었다. 상하이역 주변에 개업한 캡슐 여관의 객실은 길이와 높이가 각각 1.1m, 너비가 2.2m로 무선 인터넷 설비와 소형 에어컨, 소형 벽걸이TV 등을 갖추고 있다. 욕실과 화장실 등은 공용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객실 요금은 28위안의 기본 요금 외에 시간당 4위안이 추가되고, 목욕 시설을 이용하면 별도 요금이 부과된다. 통상 10시간 정도 이용한다고 보면 요금은 68위안(약 1만 1000원) 정도이다.지난해 말 베이징에서는 제4세대 캡슐 아파트가 등장했다.
시설과 개념은 캡슐 여관과 비슷하지만 대졸 취업준비생 등 사회 초년병이 잠재고객이라는 점이 다르다. 월세는 약 250위안. 설계자 황르신(黃日新·78)은 최근 부동산개발업체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전국적인 체인망 확보에도 나섰다.
1칸의 캡슐 아파트 건축 비용은 1000위안으로 45개의 방을 짓는다면 4만5000위안이 필요하다. 여기에 매월 관리비용은 3000위안 정도로 예상된다. 입주자로부터 월세 250위안을 받는다면 매년 13만 5000위안의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1년 안에 비용을 뽑고, 이익까지 낼 수 있다는 게 황르신의 생각이다.
황르신 등이 이처럼 캡슐아파트, 캡슐 여관을 구상하게 된 것은 지난해 초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명 ‘개미족(蟻族)’ 관련 뉴스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가난한 대학 졸업생들이 베이징시 외곽에 개미처럼 집단으로 모여 살며 도심을 오가는 모습을 빗대 ‘개미족’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턱없이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시내에서는 도저히 살 공간을 마련할 수 없는 중국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TV 드라마 ‘워쥐(蝸居·달팽이집)’에 중국인들이 몰입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대학이 밀집해 있는 베이징시 하이뎬(海渟)구의 거리에서는 한 대학생이 진짜 달팽이집 같은 공간에서 거주해 중국의 높은 주거 비용을 풍자하기도 했다.